[현장르포] “뉴트로의 성지요? 코로나의 잔해만 남았습니다”... 코로나 4차 유행 불안 속 을지로 상인들의 ‘한숨’
[현장르포] “뉴트로의 성지요? 코로나의 잔해만 남았습니다”... 코로나 4차 유행 불안 속 을지로 상인들의 ‘한숨’
  • 최문수 기자
  • 승인 2021.05.02 14: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씨의 가게가 위치한 공업사 골목의 모습. 호황을 맞이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한적한’ 모습이다. [최문수 기자]
서울 을지로 공업사 골목의 모습. 호황을 맞이했던 과거의 모습과는 180도 달라진 ‘한적한’ 모습이다. [최문수 기자]

“뉴트로의 성지요? 지금은 해당 안됩니다. 코로나 잔해만 남았습니다.”

서울 을지로 대림상가 공업사 거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정선희 씨(56)의 한숨 섞인 말이다.

을지로는 '뉴트로 문화의 성지'라고 불리울만큼 유명세를 얻어온 곳으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새로운 것(New)과 오래된 것(Retro)을 의미하는 단어가 합쳐져 ‘뉴트로’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젊은층들이 새로운 트렌드에 열광하는 가운데, 을지로는 대표적인 '핫 플레이스'로 꼽혀왔다.

조씨는 “복고풍이 한참 유행하면서 새로운 젊은층 손님들이 밀려들어 장사할 맛이 났다"며 "가게 바로 앞, 맞은 편 벽 그리고 양 옆으로 깔 수 있는 테이블은 모두 깔아가며 장사했다”고 말했다.

조씨의 가게가 위치한 거리는 변하지 않은 오래된 건물에 젊은 층들의 벽화 예술이 더해지고 오래된 공업사들이 많아 5060세대의 감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 곳에 위치한 가게들은 낮에는 공업사 노동자의 식사를 제공하고, 저녁이 되면 인근 직장인들과 젊은이들을 손님으로 맞았다. 

하지만 이제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을지로 일대는 태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조씨의 점포 옆 공업사 거리에서 쭈꾸미 집을 운영하는 김정순 씨(65)는 “날이 풀려서 그런지 손님들의 발걸음이 지난 겨울보다는 확실이 많이 늘었다”며 "하지만 대부분 '스쳐가는 손님'인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주말 모습. 화창한 날씨로 많은 인파가 몰려야할 시간이지만 썰렁한 모습이다. [최문수 기자]
‘을지로 노가리 골목’의 주말 모습. 화창한 날씨로 많은 인파가 몰려야할 시간이지만 썰렁한 모습이다. [최문수 기자]

실제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김씨의 가게가 위치한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었지만 사진 촬영만 하고 지나갈 뿐 조씨의 가게로 발걸음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는 “주말에 나오던 공장 사람들도 지금은 일이 없어서 나오지를 않는다. 상생하는 거리였는데 다 같이 죽게생겼다”고 말하며 울상을 지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될 만큼 높은 보존가치를 인정받은 인근 ‘을지로 노가리 골목’마저 상황은 비슷했다.

노가리 골목에서 술집을 운영 중인 선모 씨(59)는 “예년보다 지금이 조금은 살아났지만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낮시간에는 노년층 손님들이 와서 맥주를 마시고 저녁시간에는 젊은 20대 손님들이 오는 모습이 정상인데 지금은 180도 달라졌다”며 하소연했다.

기자가 방문한 주말, 과거 남녀노소 다양한 객층들의 손님들로 활기를 띄던 과거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야외 테이블에 적지않은 손님의 모습은 보였지만 가게 내부가 한산한 가게가 다수였다.

가게들은 도로 한가운데까지 야외 플라스틱 테이블을 설치하며 손님을 맞이했지만 지금은 줄어든 손님으로 야외 테이블 운용을 축소한 모습이었다. 승용차 한대는 거뜬히 지나다닐 수 있는 도로가 됐다.

야외 테이블에는 몇몇 손님이 앉아있지만 내부는 ‘텅 비어있는’ 모습이다. [최문수 기자]
야외 테이블에는 몇몇 손님이 앉아있지만 내부는 ‘텅 비어있는’ 모습이다. [최문수 기자]

선씨의 맞은편 호프집 사장 최모 씨(60)는 “왠만한 불경기도 잘 견뎌냈는데 지금은 끔찍하다. 불경기도 불경기 나름이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해 미칠지경”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올라가는 임대료보다 희망이 안보이는 매출이 더 힘들게 한다”고 말하며 눈물을 삼켰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은 매년 5월 이틀에 걸쳐 ‘노맥(노가리+맥주)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로 인해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상인들은 모두 “축제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서라도 개최가 되면 안되지만 현실은 답답하기만 하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 개최되면 사람들이 다시 찾아줄지도 걱정된다”며 우려와 실망감을 내비쳤다.

유명한 와인바가 위치했던 건물. 하지만 계속되는 코로나 타격으로 인해 장사를 중단하고 임대를 내놓은 모습이다. [최문수 기자]
유명한 와인바가 위치했던 건물. 하지만 계속되는 코로나 타격으로 인해 장사를 중단하고 임대를 내놓은 모습이다. [최문수 기자]

홀로 공업소를 지키고 있는 사장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가 있었다.

조명가게 사장 한영화 씨(68)는 “있던 직원을 내보내고 ‘나홀로 사장’이 된지 6개월째”라고 말하며 “이럴 때는 월급 꼬박꼬박 받는 회사원이 부럽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신혼 부부들과 방송계 조명 스텝들이 자주 왔었지만 발길이 뜸해진지 오래라고 한씨는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혹시라도 올 손님을 위해 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한 상인은 "코로나19 이후 을지로 일대 자영업은 거의 붕괴 직전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을지로 상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상생을 바탕으로 옛 모습을 지켜왔고 언젠가 종식될 코로나를 기대하며 고통을 감내하고 버티고 있다.

4차 유행이 불안까지 겹치면서 상인들의 고통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