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존폐기로에 선 망원동 자영업자들 “이젠 더 옮길 곳도 없습니다”
[현장르포] 존폐기로에 선 망원동 자영업자들 “이젠 더 옮길 곳도 없습니다”
  • 최문수 기자
  • 승인 2021.05.01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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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대표 재래 시장. 남녀노소로 가득차야 할 시간이지만 줄어든 발길로 인해 한산하다. [최문수 기자]
줄어든 외지인으로 인해 활기를 많이 잃은 망원시장이다. [최문수 기자]

“막막한 생계에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게 문제입니다”

망원동 시장에서 대를 이어 튀김집을 운영하는 한영숙 씨(64)는 "도무지 진전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문제에 하루하루가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30일 찾은 망원시장의 모습은 코로나19 사태 전과는 다르게 활기를 많이 잃은 모습이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장을 보러온 망원동 주민들과 시장을 거쳐  이동하는 행인들만 보일 뿐 활기를 불어넣는 외지인의 모습은 찾기가 힘들다.

한씨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면 뭐하나. 그냥 구경하며 지나가기만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답답해 했다.

망원동 재래시장은 망원동 상권의 주요 요충지다. 망원동에 거주하는 유명 연예인의 모습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면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연령대의 ‘핫플레이스’로 등극했지만 오늘 모습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침울한’ 모습이다. 

많은 상인들이 호객행위를 위해 목청을 높였지만 그에 반응하는 손님은 몇몇일 뿐, 대다수의 손님은 눈길을 주지않고 지나갈 뿐이었다. 

분식점에서 주방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정아 씨(50)는 “코로나 초기보다 시장 거리에 사람이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세 염려로 인해 가게 안으로 발길을 쉽게 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씨는 “직원으로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월급이 나오니 상관 없지만, 줄어든 매출에 사장님은 항상 울상”이라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씨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포장 손님을 볼 수는 있었지만 매장까지 들어와 취식을 하는 손님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점심식사 포장을 위해 방문한 대학생 최유진 씨(25)는 “자취를 하면서 많이 먹으러 왔지만 지금은 코로나 감염 때문에 가끔가다 포장만 해간다. 집에서 밥을 해먹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코로나 감염 우려에 의해 바뀐 시민들의 소비습관이 자영업자들의 매출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옆에 있던 최씨의 직장인 친구 김모 씨(26)는 코로나로 인한 취업시장과 아르바이트 시장의 불황도 자영업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연쇄적인 불황을 걱정했다. 김씨는 "옛날의 시장 모습이 그립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분주히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 가게가 다수인 반면 일찍이 가게 문을 닫은 가게의 모습도 보였다. 굳게 닫은 가게의 모습이 망원동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대표하는듯 했다.

저녁장사를 포기하고 일찍이 문을 닫은 가게도 적지않게 볼 수 있다. [최문수 기자]
저녁장사를 포기하고 일찍이 문을 닫은 가게도 적지않게 볼 수 있다. [최문수 기자]

아기자기한 가게와 개성 넘치는 가게들로 즐비한 망원시장 바로 옆의 망리단길도 여전히 코로나 직격탄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5년째 망리단길에서 테이크아웃 카페를 운영하는 김성도 씨(30)는 “이렇게될 줄 누가 알았겠나. 계속되는 거리두기 조치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고 말하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작년은 어떻게든 버텼으나, 지금은 초읽기에 들어갔다”며 코로나 감염보다 바닥이 보이는 생활비 걱정에 고개를 저었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업종을 가리지 않았다.

악세사리 가게를 운영하는 김혜수 씨(29)는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고 말하며 “1년 전 불황과 높은 임대료를 피해 구석진 곳으로 옮겼는데 이제는 옮길 곳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원데이 클래스를 열어 떨어진 매출을 조금이나마 채워야 할 지경이다”고 덧붙였다.

주변 거리를 멤도는 행인들은 가게에 앞에서 사진 촬영 후 떠나거나 매장에서 아이쇼핑만 할 뿐, 불경기에 소비를 줄이는 모습이다.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행인만 다수 보일 뿐 외지인은 찾기 힘든 망리단길의 모습이다. [최문수 기자]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행인만 다수 보일 뿐 외지인은 찾기 힘든 망리단길의 모습이다. [최문수 기자]

가게 유지가 힘들어져 몸집을 줄이려는 자영업자들의 ‘다운사이징’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중개사 최여진 씨(58)는 “주택가 안쪽 상가에 무권리금 매물이 간혹가다 있는데, 메인 도로에 있는 소상공인들이 이 매물을 찾는 문의가 종종 들어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업종 제한이 많이 걸려있어 쉽게 옮기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떨어지는 매출과 예년보다 오른 임대료에 조금이라도 몸집을 줄여 가게를 유지하려고 노력해보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최씨를 비롯해 많은 망원동의 자영업자들은 ‘서울형 거리두기’에 대해 적지않게 기대하는 듯 했다.

재래 시장 상인과 망리단길 자영업자들은 “빠른 시일 내에 숨 좀 쉬게 해줬으면 좋겠다”, “늦은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빨리 시행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등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더 큰 확산의 불씨를 완전히 제거하는게 급선무이지 않느냐”, “업종별로 세분화하여 시행한다고 하는데 이러면 시민들의 긴장감이 느슨해 지는 것 아니냐”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인들도 있었다.

존폐 기로에 놓인 망원동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연일 깊어지고 있지만 없는 힘을 짜내며 버텨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휘청이는 생계를 위해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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