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 페미니스트들의 SNS 계정이 사라지고 있다
[월드 프리즘] 중국 페미니스트들의 SNS 계정이 사라지고 있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04.2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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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중국의 한 인터넷 계정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26일(현지 시각) 중국에서 여성의 권리를 외치는 페미니스트들이 중국의 국익을 앞세운 악플러들 뿐만 아니라 대형 SNS 기업들로부터도 배척당하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최근 며칠 사이 중국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의 소셜미디어 계정들이 천천히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중국 페미니스트들을 향한 대중적 분노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SNS 기업 대표까지 개입하게 만들었다.

중국의 인기 인터넷 플랫폼인 웨이보의 토론 공간에서 한 이용자가 페미니즘 주장을 올리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정당한 비판을 제기할 수 있는 향상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이용자는, 웨이보가 계정을 삭제할 수 있는 위반 항목에 ‘대중을 선동하는 포스팅’을 포함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웨이보의 CEO인 왕 가오페이와 관련돼 보이는 계정도 이 논쟁에 참여했다.

“이렇게 해보세요.”

이 계정의 소유자는 4월 14일 페미니스트 여성들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알려주는 스크린샷과 함께 이렇게 썼다. 이 스크린샷은 ‘불만 유형’ 항목 아래 ‘증오 선동’을 클릭하도록 알려주고 있다. 그리고 이유 난에는 ‘성차별’을 클릭하도록 알려주고 있다.

중국에서 소셜미디어에 페미니즘 관련 주장을 피력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악플에 시달려왔다. 이들은 악플러들의 주된 목표가 될 뿐 아니라 예상을 뛰어넘는 지원군들을 등에 업은 성난 사용자들에 의해 플랫폼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즉, SNS 기업들 스스로가 이들 페미니스트들을 배척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 2주 사이, 중국에서 대중의 분노를 뒤따라 몇몇 저명 페미니스트들의 웨이보 계정이 삭제당했다. 해당 여성들은 적어도 15개의 계정들이 삭제되었다고 말한다. 그들은,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하고, 사회운동이 빠르게 거세당하는 나라에서 페미니즘의 목소리를 짓누르려는 온라인 압력의 일환이라고 말한다. 이 여성들 중 2 명은 웨이보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활발하게 페미니스트 활동을 벌이고 있는 량 지아오웬(28)은 이 스크린샷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문제의 스크린샷을 올린 계정에는 웨이보 CEO인 왕 가오페이의 이름이 표기되지는 않았지만, 6건의 관영언론 보도와 팟케스트는 이 계정의 소유자가 왕씨임을 확인하고 있다.

“그가 나를 성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는데, 소가 웃을 일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뉴욕의 변호사인 량 지아오웬은 웨이보가 폐쇄한 계정의 소유자들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웨이보가 자신의 계정을 삭제한 이유를 올바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민법을 위반한 혐의로 웨이보를 고소했다.

이들 여성들의 계정들은 지난 3월 31일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보다 이틀 앞서 중국의 유명 페미니스트인 자오 메일리(30)는 남서부 도시 청두의 한 식당 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한 남성에게 항의하다가, 봉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건은 한 핫폿 식당에서 발생했는데, 해당 남성은 화를 내면서 자오와 친구들을 향해 뜨거운 국물이 든 컵을 집어던졌다.

자오 메일리는 이후 네티진의 공감을 유도하가 위해 이 사건의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렸는데,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 일으켰다.

그날 오후 자오는 수천 건의 악플에 시달렸다. 사용자들은 2014년 “홍콩을 위해 기도하자”고 쓴 포스터를 들고 찍은 자오의 사진을 찾아내서, 그녀가 홍콩 독립을 지지하는 여자라고 몰아붙였다. 그리고 이 사진이 올라오고 나서 몇 시간 뒤 그녀의 웨이보 계정은 정지당했다.

웨이보는 4월 13일 성명을 발표하고, 삭제된 계정들 중 넷이 ‘불법적이고 해로운’ 콘텐츠를 포스팅했다고 말했다. 웨이보는 사용자들이 집단 간의 불화를 선동해서는 안 된다는 웨이보의 기본 원칙을 존중해주기 바란다고도 말했다. 자오 메일리는 웨이보 외에도 다른 한 곳의 중국 인터넷 회사로부터도 계정을 삭제당했다. 해당 회사들 중 어느 곳도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커다란 상처를 받았습니다.”

자오 메일리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3월 31일 이후 저는 신경이 곤두서있고, 화가 나고 우울한 상태에 있습니다.”

웨이보[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웨이보[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페미니스트들은 웨이보가 남녀 학대를 다룸에 있어 이중의 기준(double standard)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웨이보는 중국 남성을 비하하는 ‘국뽕 남성(national male)’ 같은 단어를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강간 협박이나 ‘*년(bitch)’ 같은 단어들은 그대로 두고 있다. 그녀 역시 최근 계정이 삭제된 페미니스트인 젱 주란은 자신의 친구들이 웨이보에 공격적인 언사들을 통보해주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런 플렛폼들이 페미니즘과 관련해서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는 너무나도 명백합니다.”

젱 주란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 공산당은 공산당의 지배에 도전하고 불안을 야기하는 사회운동에 대해서 오랫동안 예민한 반응을 보여 왔다. 2015년에 중국 당국은 대중교통 수단에서의 성폭력 방지 운동을 앞두고 젱 주란과 다른 네 명의 페미니스트들을 ‘문제를 일으킬 혐의’로 구금한 바가 있다. 국제사회는 그녀들에 대한 구금을 비난했었다.

한편, 중국에서 페미니즘은 주류로 서서히 흘러들어가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중국에서 싹이 나기 시작하는 미투운동에 조금씩 자극을 받고 있다. 그리고 페미니즘은, 정부가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중국 여성들 사이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뉴욕에서 활동 중인 원로 여성운동가인 루 핀은 말했다. 그녀의 웨이보 계정 또한 삭제당한 상태이다.

중국에서는 여성들이 권리를 표출할 창구가 별로 없다.

“여성들이 온라인으로 몰려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루 핀은 이렇게 말했다.

웨이보는 인터넷에서 같은 생각을 가진 여성들의 중심지 같은 역할을 한다. 중국 여성들이 가정폭력이나 이혼의 어려움, 직장 내 성차별 같은 이슈를 공유하는 공간도 웨이보이다. 웨이보에서는 성차별 관련 이슈들이 가장 활발히 논의된다. 그러나 남성 중심 문화에서 이런 움직임은 공분을 자아내게 된다.

중국에서 불고 있는 온라인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많은 계정들은 수십만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관영언론에서 유명인 대우를 받고, 어떤 비판 운동이든지 베이징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하는 민족주의 운동가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여성들은 손쉬운 목표가 되고, 살해 협박을 당하며, 분리주의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캘리포니아에 근거를 두고 있는 <차이나 디지털 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토론 공간과 후기 과련 웹사이트 ‘더우반(Douban)’은 최근 여성 문제와 관련이 있는 적어도 8개 단체를 폐쇄했다고 한다. <차이나 디지털 타임스>는 중국 당국의 인터넷 통제를 추적하는 사이트이다. ‘더우반’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논평을 거부했다.

앞서의 핫폿 식당 사건과 관련해 중국의 e-커머스 사이트인 ‘타오바오’는 ‘금지된 품목(prohibited content)’이라며 자오 메일리의 온라인 상점에서 23개의 아이템들을 삭제했다. 이들 상품들 모두에는 ‘페미니스트’라는 글씨가 씌어있다. 자오는 4월 14일 베이징 법원에 웨이보를 고소하면서, 계정의 회복과 1500달러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자오가 중국의 인터넷 메신저인 위챗에 소송 사실을 올리자 위챗 측은 ‘규칙을 위반했다’며 그녀의 계정을 폐쇄해버렸다.

뉴욕의 변호사인 량 지아오웬은 자신이 자오 메일리를 지지하는 메시지를 올린 후 자신도 비슷한 입장을 취한 많은 여성들처럼 악플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웨이보 계정이 정지되자, 스스로를 항변할 수단이 없어져서 너무나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입이 봉쇄당하거나 마녀재판처럼 매달아 화형을 당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량 지아오웬의 이른바 규칙 위반 중 하나는 ‘위구르를 위한 중국인’이라는 단체가 올린 내용을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다는 혐의이다. 그녀를 비난하는 세력들은 이를 두고, 그녀가 탄압받는 무슬림 소수민족들의 곤경을 환기시키는 비애국적인 행동을 저질렀다고 비난한다.

량 지아오웬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웨이보에서 쫓겨난 사람들을 지지하는 메시지들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웨이보는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설명하면서, 자신의 계정이 복구되면 그만큼 많은 반대 세력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정이 복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인터넷 상의 이런 공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런 공간이 혐오스러운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는 것을 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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