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출입금지'…지나가려는 배달원과 막아서는 경비원
'오토바이 출입금지'…지나가려는 배달원과 막아서는 경비원
  • 박정순 기자
  • 승인 2021.04.03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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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출입 금지 [출처=연합뉴스]
오토바이 출입 금지 [출처=연합뉴스]

매년 음식 배달 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사이 일부 아파트에서는 배달 오토바이 진입 문제로 배달원과 경비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3일 인천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는 오토바이 출입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과 통행 방지용 시설물이 입구와 보행로를 따라 설치돼 있다.

이는 신축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송도국제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차 없는 거리를 표방하며 지어진 신축아파트의 경우 지하에 주차장을 조성하고 안전상 이유로 차량의 지상 출입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각 아파트는 보통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안전 규정을 정한 뒤 배달 오토바이는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에서는 단지 입구나 외곽 지역에 오토바이를 정차하고 도보로 이동하게 하는 지침을 정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상으로 출입할 경우 고발 조치하겠다'는 안내문을 부착할 정도로 단지 내 차량 통행을 엄격히 통제하는 아파트도 있다.

그러나 배달원들은 이러한 조치를 따르다 보면 배달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운전자 안전에 위험 부담이 있어 사실상 지키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배달원 4년 차인 김모(46)씨는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입구에서부터 걸어서 배달하면 신속한 배달이 어려워진다"면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경사로나 미끄러운 우레탄 재질의 바닥에서 넘어져 다치는 상황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20대 배달원은 지난달 말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다가 미끄러지면서 다리를 다쳤다고 했다.

송도국제도시에서는 현재 배달 대행업체 10곳에서 배달원 150여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배달원은 결국 무리하게 지상 진입을 시도하다가 아파트 내부 규정에 따라 이를 제지하는 경비원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해 기준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4천억원으로 전년보다 78.6% 증가할 정도로 배달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오토바이 지상 출입에 대한 이견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다.

풀리지 않는 갈등은 배달원과 경비원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월 21일 송도국제도시 한 아파트에서 한 배달원이 60대 경비원으로부터 출입을 제지당하다 넘어져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에서도 60대 경비원이 단지 안으로 진입하려던 배달원의 옷을 잡아당겨 넘어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배달 종사자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2월 갑질 의혹이 제기된 아파트 103곳 입주자대표회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아파트마다 개별 입주자대표회를 두고 있는 만큼, 배달원의 이동권 보장을 협의하는 과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배달대행업체별로 안전 서약서를 마련하며 자정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협의 주체인 아파트들은 개별 대표회를 갖고 있어 소통에 한계가 있다"며 "관할 구청이나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와 연계해 해결방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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