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동양인 혐오신드롬 미국에서 유럽 번지나...한인 여성, 아일랜드에서 10대들에게 폭행당하다
[월드 프리즘] 동양인 혐오신드롬 미국에서 유럽 번지나...한인 여성, 아일랜드에서 10대들에게 폭행당하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04.03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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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보도로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작년 2월 표지에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작은 글씨 아래에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노란색 굵은 글씨의 문구를 제목으로 다뤘다. [사진=연합뉴스]
독일 주간지 슈피겔. 작년 2월 표지에서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작은 글씨 아래에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노란색 굵은 글씨의 문구를 제목으로 다뤘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동양인을 향한 폭력이 증가하는 가운데 혐오신드롬이 유럽으로 번지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일랜드 일간지 <아이리쉬 타임스>는 최근 더블린 중심가에서 한 한국인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 사건을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최미나 씨(51)가 지난주 30일 밤 헨리 가에서 10대 남자들 10여명에게 집단적인 공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15세에서 17세 정도로 짐작되는 10대들에게 쓰레기봉투로 얻어맞고, 놀림을 당했다. 그녀는 이들 10대들이 이 장면을 촬영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나를 둘러싸고, 손이나 팔로 내 등을 서너 차례 가격했습니다. 그 중 한 아이는 쓰레기봉투를 내 얼굴에 힘껏 집어던졌습니다. 그들은 휴대폰을 꺼내 내 모습을 촬영하면서 낄낄댔습니다. 꼭 제가 무슨 서커스 동물이 된 것 같은 굴욕감이 들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최미나 씨는 10대들을 물리치기 위해 지팡이를 사용했고, 그들은 몇 분 뒤 자리를 떴다고 한다.

그녀는 또 10대들이 인종차별적 언어를 구사했으며, 그들의 행위는 인종차별적 동기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이번 사건도, 더블린 시내에서 내가 직접 목격한, 최근에 벌어진 일련의 폭력 및 증오범죄 사건들과 연관이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말하는 사건들은 동양인들을 향해 ‘우한’이라고 수군거리는 등 비하하는 발언을 하거나, 물리적인 위협을 가한 경우들이다.

“비하하는 소리가 물리적 협박으로 비화하고, 직접적인 폭력으로 발전하면 공포감이 듭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더블린 중심가에 살고 있는 최 씨는 그 사건으로 멍이 들고, 아직도 떨리고, 너무 무서워서 밤에 혼자 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너무나 무섭습니다. 그 아이들이 다시 달려든다면 내가 누구랑 같이 있다고 해도 과연 안전할까요?”

코로나19로 텅 빈 작년 10월의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텅 빈 작년 10월의 아일랜드 더블린 거리 모습 [사진=연합뉴스]

최 씨는 당일 밤 그 사건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그녀는 경찰이 이 사건을 인종 폭력으로 연관지으려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 씨는, 경찰이 현장 인근의 CCTV 카메라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녀는 10대들이 현장에 어슬렁거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CCTV 카메라들을 지나쳐야했기 때문에 경찰의 말을 믿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최 씨는 경찰이 “내 말을 듣고 나만큼 격분하지 않은 것 같고, 범죄를 해결할 적극적 의사가 없는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그녀는 시민들의 신고를 경찰이 그런 식으로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인다면 누가 범죄를 신고하겠느냐고도 말했다.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아일랜드 네트워크(INAR)’가 운영하는 온라인 익명 제보 플랫폼인 iReport에 인종 관련 범죄를 올리는 사람들 중 27%만이, 자신들이 신고했을 때 아일랜드 경찰의 대응에 만족을 표했다.

아일랜드 경찰의 부실한 대응에는 범죄 사실을 기록하지 않거나, 현장에 출동해서 증거를 수집하지 않거나, 피해자들로부터 증언을 청취하지 않거나, 범죄를 조사하지 않거나, 희생자에게 후속 조치를 알려주지 않는 등의 내용들이 포함된다고, 지난주 발간된 INAR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최 씨는 자신의 신고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 태도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경우에서 사태 악화를 초래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특히, 동양계나 다른 소수민족들에 대한 경찰의 태도가 더 큰 화를 부르지나 않을지 염려하는 것이다.

“나는 다시는 헨리 가에 얼씬도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걱정입니다. …… 카펠 가나 탈봇 가에서 장사를 하는 동양인들은 어쩌지요?”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더블린 시가 들고 일어나기 전에 살인 같은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 경찰국 대변인은 헨리 가에서 발생한 이번 50대 초반 여성을 상대로 한 공격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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