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인사이드] 월가를 뒤흔든 아케고스의 투자 실패와 복음재단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해온 ‘빌 황’의 관계
[월드 인사이드] 월가를 뒤흔든 아케고스의 투자 실패와 복음재단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해온 ‘빌 황’의 관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1.04.0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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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고스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마진콜' 사태로 월가의 공적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아케고스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이 '마진콜' 사태로 월가의 공적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아케고스 캐피탈 매니지먼트(Archegos Capital Management)의 대규모 레버리지 거래와 관련해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한 가운데 <워싱턴포스트>가 2일(현지 시각) 아케고스를 이끄는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과 그가 벌여온 기독교 복음재단에 대한 대규모 기부 사업에 대해 보도를 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수십억 달러를 소유한 가족 투자회사의 붕괴로 월스트리트가 지난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무슨 교훈을 얻었는지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일부 복음주의 교단 지도자들의 투자에 윤리적 적격성을 놓고 또 다른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아케고스 캐피탈 매니지먼트’는 주로 소수의 부유한 가족들의 돈을 운용하는 가족회사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 회사가 빌 황의 가족 재산 중 약 100억 달러를 운용했다고 보도했다. 

아케고스는 ‘비아콤CBS’ 등의 미디어와 인터넷 회사들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위해 차입금을 활용했는데, 지난주 ‘비아콤’ 주식이 곤두박질치면서 큰 실패를 맞았다. 그러자 아케고스에 투자했던 월스트리트 기업들이 손실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아케고스가 이에 응하지 못하자, 아케고스의 주식 매수에 돈을 댔던 두 투자은행들이 자신들의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손실 발생을 경고했다고,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블룸버그 뉴스> 보도에 따르면, 무리한 차입경영이 항상 불법은 아니지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이 투자회사의 붕괴와 관련해 예비조사를 착수했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는 일상적인 절차이며, 기소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빌 황이 미국 최대 기독교 자선재단 중 하나인 ‘은총과 자비 재단(the Grace and Mercy Foundation)’을 공동으로 설립한 사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재단은 맨해튼의 카네기 홀 맞은편에 위치한 ‘아케고스 캐피탈 매니지먼트’와 같은 주소를 쓰고 있으며, 자산은 거의 5억 달러에 달한다.

이 재단과 관련한 최근의 세금 자료들을 보면 이 재단의 돈은 대부분 빌 황에게서 나온 것으로 되어있다. 황과 그의 아내는 이 재단의 감독을 맡고 있다. 세금 자료들은 또 황 씨가 수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를 60곳 이상의 단체에 기부한 자선활동을 벌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황 씨의 돈을 받은 단체들 대부분은 워싱턴 소재 ‘성경박물관(Museum of the Bible)’과 같은 복음주의 기관들이다. ‘성경박물관’은 황 씨로부터 120만 달러를 기부받았다.

올해 57세인 빌 황은 작년에 사망한 복음주의 지도자 라비 자카리어스와 한때 친밀한 사이였다. 자카리어스는 최근 성범죄로 기소되면서 뉴스에 오르내렸으며, 두 사람은 2019년 개최된 컨퍼런스에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빌 황의 재단은 2018년 자카리어스의 사역 활동에 255,000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빌 황처럼 많은 돈을 여러 기독교 단체에 기부한 사람이나 단체를 본 적이 없습니다.”

기독교 사역과 관련된 돈 문제를 감시하는 단체 ‘미니스트리워치(MinistryWatch)’를 이끌고 있는 워렌 콜 스미스는 이렇게 평가했다.

빌 황의 대변인은 이 문제와 관련된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은총과 자비 재단’ 총재인 수미 킴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워렌 콜 스미스는, 기독교도들은 황 씨의 행위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 씨의 행위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피해가 그의 가족을 넘어서 투자자들에게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스런 행위들, 특히 다른 사람들의 돈을 다루는 행위들은 불법은 아닐지 몰라도 윤리적으로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빌 황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온 한국인 목사의 아들이다. 그는 이후 미국 10억만장자 중 한 명인 줄리안 로버트슨의 후계자가 되어, ‘타이거 아시아(Tiger Asia)’라는 헤지펀드를 세웠다.

2012년 SEC는 황 씨를 ‘타이거 아시아’에서 내부자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한 바가 있다. 황 씨는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4400만 달러를 지불하는 데 합의하고, 2013년부터 최소 5년 동안 거래나 투자자문 행위를 금지 당했다.

황 씨와 그의 재단에 대해 잘 아는 몇몇 인사들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이때의 경험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곤 한다,고 한다. 그가 SEC에 체포되었을 때 일종의 영적인 각성을 했다는 말이다. 그 이후 그에게는 기독교 컨퍼런스 무대들에서 몇 차례 자신의 경영철학을 강연할 기회가 주어졌다.

‘A Journey through NYC religions’라는 싸이트를 운영 중인 토니 카니즈는 ‘은총과 자비 재단’의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빌 황이 재기를 위해 자신의 재단을 활용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후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카니즈는, 개별 교회들이나 교계 재단들이 화려한 이력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는 기부를 받을 수 있어도 빌 황은 엄청난 사업체와 투자와 관련된 윤리적 논란으로 말이 많은 사람이어서 부담이 되었다고 말했다.

카니즈는 기독교도라면 타인의 돈으로 그렇게 큰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윤리적인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믿고 있다.

“자본주의는 약육강식의 게임에 불과한 가요?”

카니즈는 이렇게 물었다.

“일을 크게 벌여놓고 누가 살아남는지 보기만하면 되는 건가요? 아니면 더 큰 협력을 위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찾아내고 그들을 도와야하는 것 아닌가요? 해서는 안 될 일이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그렇지 않을지 몰라도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윤리적으로는 삼가야하는 일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나스닥 [사진=연합뉴스]

세무 자료에 따르면 빌 황은 ‘풀러 신학대학’에 200만 달러를 투자했을 뿐 아니라 가족 재단인 ‘풀러 재단(Fuller Foundation)’에도 55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는 ‘풀러 재단’의 경우에는 신탁 이사회 명단에도 올라있는데, 이 명단에는 웬만한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다 등장한다.

‘풀러 신학대학’의 전 총장이자 복음주의 지도자인 리처드 마우는 빌 황의 투자가 ‘풀러 재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후 그가 이사회 명단에 오르게 되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친구가 되어 일본과 한국을 여행했으며, 마우는 황 씨 어머니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나는 빌이 하는 일에 대한 윤리적이고 영적인 문제점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마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가 항상 기독교를 기반으로 사고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빌 황은 2018년 신학교 측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에 유익한 기업들에 투자함으로써 사회의 진보를 돕는 데 자본주의를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에 대해 역설하면서 ‘링크드인(LinkedIn)’이라는 기업을 예로 든 바가 있다.

‘은총과 자비 재단’은 미국 전역에 걸쳐 ‘국제정의선교회’, ‘Cru(이전의 대학생 선교단)’, ‘교도소 선교회’, ‘청춘과 항해자’ 같은 주요 복음주의 단체들에 기부를 해왔다. 이 재단은 나아가 ‘뉴욕과 킹스 칼리지를 위한 구세주 장로교의 희망’ 같은 맨해튼 내 몇몇 기독교 기관들에도 돈을 지원해왔다.

2018년 이 재단이 지원한 기부금 총액은 1600만 달러를 상회했다. 이 돈들은 많은 소규모 기독교 사역 단체들의 수입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빌 황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기를 바라지 않는 한 복음주의 지도자는 익명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황 씨가 해외에서의 자신의 자금력에 대해 들려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황 씨가 캄보디아 같은 나라에 투자를 고려중이라고 말하면서, 지상에서의 하나님의 사역인 ‘왕국’ 건설을 지원하는 방편으로 고아원을 지원하고 사람들을 모으는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케고스의 몰락이 ‘은총과 자비 재단’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2018년 세금 신고서에 따르면 황 씨의 이 재단이 몇몇 민간 역외 실물 자산에 투자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 재단은 또 3000만 달러 가치의 아마존 주식을 1000만 달러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아마존으로부터 기부도 받았다.(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는 워싱턴포스트의 사주이다.) 황 씨가 자신의 재단에 기부를 했다면 그는 공제도 받고, 양도소득세도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시카고에서 종교기관들의 세무 업무를 대행해주는 변호사 데이비드 비는 말했다.

데이비드 비는 ‘은총과 자비 재단’의 거래가 아케고스와 확실하게 분리가 되어있다면 이 재단은 황 씨의 실패한 월스트리트 거래로부터는 안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씨 부부가 이 재단의 소유자가 아니라 감독으로 등재되어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비에 따르면, ‘은총과 자비 재단’은 2018년 기금 중 약 3.2%를 대부분 기독교 단체들과 한국 및 아시아계 미국 비영리 기관에 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대부분의 다른 재단들은 최소 5%의 기부 기준을 맞추도록 권고받는다고 그는 말했다.

한편, 빌 황은 2014년 앤디 밀스를 이 재단 이사 명단에 새로 올렸다. 앤디 밀스는 ‘Focus on the Family and the King’s College’ 같은 복음주의 기관의 지도자이다. 밀스는 ‘은총과 자비 재단’의 부의장뿐만 아니라 아케고스의 CEO와 공동 최고의장을 맡아왔다. 그는 현안과 관련된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빌 황은 재단을 통해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딕 앤 베시 드보스 가족재단’, ‘H.E. 버트 재단’, ‘아더 S. 드모스 재단’ 같은 일부 기독교 자선사업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하지만 황 씨의 경우에는 그의 재단이 전국적으로 수많은 복음주의 단체들과 연관을 맺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시망을 피해다니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이다.

빌 황은 여러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성경을 큰소리로 낭독하는 데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의 재단은 맨해튼에서 매주 라이브 행사를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는 이 도시 출신의 교계 지도자들이 모여 낭독되는 성경을 듣는다.

국제 복음주의자 네트워크인 ‘로잔 운동(Lausanne Movement)’은 빌 황으로부터 도움을 받아왔다.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공동 설립자 더그 버드샐은 자신이 2013년 뉴욕에 살 때 두 사람이 팀 켈러 목사가 세운 ‘리디머 교회’에서 함께 섬겼다고 말했다. 버드샐은 돈에 대한 태도 때문에 빌 황을 존경한다고 말하면서,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2018년의 인터뷰를 언급했다. 이 인터뷰에서 빌 황은 “저는 돈보다 하나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합니다.”고 말한다.

버드샐은 현재 벌어진 빌 황의 투자 실패를 애석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황 씨에 대한 존경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빌은 이 위기를 분명히 잘 이겨낼 것입니다.”

버드샐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덩치가 크면 그만큼 잃는 것도 많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그는 그동안 여러 번 실패를 맛보았지만 자신의 성공으로 되갚아주었습니다. 이번 일에서도 나는 불법이나 어리석은 행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위기가 찾아왔는데, 이번에는 그가 실패한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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