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설날 같지도 않았어요”…설특수 옛말, 비대면 명절에 상인들 ‘암울’
[현장르포] “설날 같지도 않았어요”…설특수 옛말, 비대면 명절에 상인들 ‘암울’
  • 박성준 기자
  • 승인 2021.02.1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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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거의 오가지 않아 썰렁한 모습의 한 전통시장 [박성준 기자]
손님이 거의 오가지 않아 썰렁한 모습의 한 전통시장 [박성준 기자]

“명절에 5인 이상 못 모인다고 해서 손님이 없을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네요.”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 연휴에도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김상훈 씨(61)는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인천 남동구 한 전통시장에서 떡방앗간을 운영하는 김 씨는 “예년 명절보다 절반 정도 준비했는데 그것도 다 못 팔았다”며 “아무리 코로나 상황이라고 해도 너무 심각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발표하면서 장터는 명절에도 활기를 되찾지 못한 것이다.

‘5인 이상 모임 금지’로 사람들의 발길이 평소보다 절반이상 줄어 매출도 반토막에도 못미친다는 게 시장상인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해산물과 건어물 등을 판매하는 오순자 씨(71)는 “명절에 식구들이 모여야 먹을 것을 나누든지 할 텐데 정부에서 모일 수 없게 하니까 사람들이 음식 장만 자체를 안 했다”고 말했다.

설날 당일 닫혀 있는 시장 상가들의 모습. 대부분 상인들이 설특수를 기대했지만 매출이 늘지 않아 좌절했다. [박성준 기자]
설날 당일 닫혀 있는 시장 상가들의 모습. 대부분 상인들이 설특수를 기대했지만 매출이 늘지 않아 좌절했다. [박성준 기자]

명절이면 자식들이 고향집에 모두 모여 집안들끼리 함께 세배도 다니고 조상차례도 모시고, 설 명절 음식을 나누던 풍습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순간에 단절된 셈이다.

반찬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시장에 들렸다는 한수홍 씨(43)는 “이번 명절에는 우리 가족들도 집에만 있었다”며 “5인 이상 모일 수 없기도 하고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돼서 다음 명절에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설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그야말로 좌절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추석부터 촉발된 '비대면' 트렌드가 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으로 보인다. 높은 편의성을 갖추고 있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대기업 이커머스 플랫폼은 온·오프라인 통합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다수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이다.

가격 경쟁력 또한 경쟁자에 비해 높게 가져가기 어려운 만큼 한계가 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많은 점포가 문을 닫았다. 실제 곳곳에 임대인을 찾는 안내문을 붙여둔 상가가 눈에 띄었다.

상인 박모 씨(50)는 “명절 대목에 매출이 잠깐이라도 올라서 생계가 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완전 틀렸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악의 명절을 보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과일가게 상인 [박성준 기자]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과일가게 상인 [박성준 기자]

지역화폐 활성화 등 지자체 차원의 노력으로 일정부분 효과는 내고 있지만 설 특수가 사라진 상인들의 주름을 펴기에는 역부족이다.

평소에 감염 우려로 시장 유동인구 자체가 크게 줄어든 데다 전국에서 설 명절 고향 방문 자제를 강력하게 권고해 명절 대목이라는 말이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인근 반찬가게 상인 이중섭 씨(49)는 “대형마트에 가지 않고 시장을 찾아준 손님들에게 너무 고마운 마음이 든다”면서도 “코로나19 때문에 타 지역 이동을 줄이다보니 제사나 음식 준비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호소했다.

상인회를 중심으로 온라인 주문을 확대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는 있지만 상인들이 기술을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같은 곳에서 30년 넘게 가게를 지키고 있는 최철진 씨(73)는 “요즘은 온라인으로 배달 많이 한다고 하는데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고 호소했다.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도 코로나19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특히 노점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아서 확산세가 지속될 때는 며칠씩 문도 닫아 두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빨리 코로나19가 끝나 예전처럼 북적이는 시장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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