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코로나 쓰나미에 생활비는 커녕 임대료도…" 남대문 시장 상인들 ‘한숨만’
[현장르포] "코로나 쓰나미에 생활비는 커녕 임대료도…" 남대문 시장 상인들 ‘한숨만’
  • 박성준 기자
  • 승인 2021.01.0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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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난 한 주류상인(61)은 "영업시간이 한 시간 줄었는데 저녁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한산한 쥬얼리 상가의 모습. 손님이 거의 없어 썰렁한 분위기다. [박성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하면서 전국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경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13일 오후 찾은 남대문시장. 서울의 대표 전통시장인 이곳은 전체가 꽁꽁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손님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던 예년과 다르게 썰렁했다.

인적이 드물었고 외국인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시장 지하에 밀집해 있는 주류상가와 액세서리 전문 상가들은 그야말로 ‘울상’이었다.

반지와 목걸이 등 잡화점을 운영하는 강금숙 씨(61)는 코로나19 확산 이후로 담보를 포함 최대 받을 수 있는 만큼 대출을 받았다. 생활비는 커녕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거의 다 써간다는 강 씨는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 걱정이다.

“여기는 임대료가 원래 싼 것도 있고 얼마 전부터 (상가 주인이) 임대료를 인하해줘서 70만원 정도 내고 있어요. 그런데 매출이 그것도 안 나와 걱정입니다. 아마 여기 상인들 대부분이 저처럼 대출금으로 버티고 있을 거예요.”

그는 “이곳은 온라인으로 판매도 안 하고 주로 오시는 손님이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라며 “코로나 이후로 매출이 80%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같이 눈 오거나 날이 추운 날에는 손님이 단 한 명도 없던 적도 있다”고 전했다.

남대문 지하상가 내 폐업한 한 점포의 모습. [박성준 기자]
남대문 지하상가 내 폐업한 한 점포의 모습. [박성준 기자]

바로 앞에 문을 닫은 상가가 눈에 띄었다. 강 씨에게 문 닫은 이유를 아냐고 묻자 강 씨는 “장사가 안 되니까 문을 닫았을 것”이라며 “주변에 보면 문 닫은 곳이 엄청 많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대부분 상점은 두 집 건너 한집 꼴로 문을 닫은 상태였다. 문을 연 상점들도 찾는 사람이 없어 상가 전체가 사실상 휴업 상태나 다름없었다.

상인들은 입을 모아 코로나19와 날씨 등으로 인해 매출에 타격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주류상가를 운영하는 한 상인(51)은 “바이러스에 한파까지 겹쳐 매출이 반토막났다”라며 “외국인들이 아예 없으니까 매출이 줄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내 상가 2층에서 수예점을 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매출이 10%에도 못 미친다"며 "1층 매장은 상인들이 거의 나가 텅 비었다"고 설명했다.

엑서세리 매장을 운영하는 남모씨는 43년 동안 장사를 해왔는데, 전쟁이 나도 이보다 심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지금은 어디 시골 읍내보다도 사람이 적어 돈이 안 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루에 모자 하나가 팔릴까 말까 한다"며 "아르바이트생을 모두 내보내고 가족과 운영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매장 2곳은 임시휴업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산한 쥬얼리 상가의 모습. 손님이 거의 없어 썰렁한 분위기다. [박성준 기자]
이날 만난 한 주류상인(61)은 "영업시간이 한 시간 줄었는데 저녁에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시장 뿐만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헬스장을 운영하는 한모씨는 지난주부터 오픈 시위를 시작했다. 손님은 받지 않고 150평 남짓의 매장 문만 열어둔 채 가게 정비를 하는 게 일과다. 입구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재연장으로 1월17일까지 휴관한다’라는 내용의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그는 최근까지 우울증 약을 복용했다고 털어놨다.

한씨는 "지난해 2월 대구 집단감염 이후 신규가입 회원이 없기 때문에 매출이 바닥"이라며 "당초 400명 정도 되던 기존 회원 수도 120명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벼랑 끝에 몰린 그는 "매장 임대료가 한 달에 800만원 선"이라며 "직원 월급과 관리비를 합하면 매달 1000만원이 훌쩍 넘는 고정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고스란히 적자를 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PC방 업종도 휘청거리고 있다. 서대문구 신촌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이모씨의 대출금액은 이미 5000만원에 달한다. 그는 "방문객이 매일 50명 정도는 꾸준히 있었는데 이제는 열댓 명 남짓하고 매출은 평시의 30%에 불과하다"며 "대출을 몇 번이나 받았는지 셀 수도 없다. 이제는 더 안 된다고 할 때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주류 지출액은 증가했다. 문화·오락 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술과 담배 지출액이 50여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가계의 목적별 최종소비지출 가운데 주류 및 담배 지출액은 4조297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곳 상가의 매출은 오히려 하락했다. 상가 특성상 오프라인으로 판매되거나 가격대가 있는 수입 주류를 취급하기 때문이다.

10년째 주류상가를 운영하고 있다는 A 씨(67)는 “코로나 때문에 다들 돈을 못 버니까 싼 술만 찾지 이런 술은 안 찾는다”고 털어왔다.

앞서 지난해 8월 남대문시장 내 상가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바 있다. 이 때문인지 남대문 시장은 다른 지역보다 더 암울한 모습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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