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이태원의 절규 “이젠 실낱같은 희망마저 끊어졌습니다”... 자영업자들 ‘망연자실’
[현장르포] 이태원의 절규 “이젠 실낱같은 희망마저 끊어졌습니다”... 자영업자들 ‘망연자실’
  • 박성준 기자
  • 승인 2021.01.11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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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역 일대 한 상가. 배달 중인 오토바이만 보일 뿐 관광객이나 손님들은 찾아볼 수 없다. [박성준 기자]
이태원역 일대 한 상가. 배달 중인 오토바이만 보일 뿐 관광객이나 손님은 찾아볼 수 없다. [박성준 기자]

“이제는 실낱같이 기대했던 희망도 끊어졌습니다. 죽지 못해 살고 있습니다.”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 한정현 씨(35)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너무 힘들다”며 이같이 한탄했다.

그는 “의류 관련 회사에 취업하려다가 포기하고 장사를 시작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너무 절망스럽다”며 “이제 와서 취직하려고 해도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태원은 매년 할로윈 축제와 연말 행사, 쇼핑, 모임으로 외국인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젊은 세대가 축제를 즐기는 곳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올해 할로윈 축제가 '코로나 쓰나미'로 폭격을 맞은데 이어 코로나 확산에 따른 사회적거리두기 여파로 연말 이태원 거리는 을씬년스럽게 변해버렸다.  

이 곳 일대 많은 가게들은 문을 굳게 걸어 잠근지 오래다. 블로그와 SNS 등에서 유명해져 사람들로 북적이던 가게도 폐업한 채 ‘임대문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러한 ‘이태원의 몰락’은 지난 2016년부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인구유출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올해 5월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유명 맛집이었지만 폐업한 한 식당의 모습. [박성준 기자]
유명 맛집이었지만 폐업한 한 식당의 모습. [박성준 기자]

10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A 씨(62)는 “집단감염이 이태원에서 발생할 때마다 상황이 점점 더 안 좋아진다”며 “모아둔 돈으로 임대료를 내고 있는데 이제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기다 보니 정부의 재난지원금으로도 이태원 상권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코로나 발생 지역으로 낙인찍히면서 소비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재난지원금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진원 씨(39)는 “어제 손님 두 테이블 받았는데 전기세가 더 나간다”며 “코로나가 종식하려면 1년 넘게 남았다고 하던데 앞으로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용산공원 개발’로 인구유입이 이곳 상권을 활성화시켜줄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이곳 상인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한미영 씨(52)는 “개발이고 뭐고 일단 코로나가 끝나야 사람이 올 것”이라며 “다른 나라는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는데 우리나라도 빠르게 백신이 보급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썰렁한 분위기의 이태원 거리.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박성준 기자]
썰렁한 분위기의 이태원 시장.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박성준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곳 일대의 한 상인(52)은 “이렇게 어중간하게 영업해서 확진자 계속 늘어날 바에 차라리 아예 (확진자 수를) 확 잡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이태원은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상가정보연구소가 한국감정원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1~3월) 이태원 상권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8.9%로, 전 분기(2019년 4분기) 19.9% 대비 9.0%포인트(p) 급증했다.

이는 올해 1분기 서울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7.9%) 대비 3.7배 높은 수준이다. 서울 평균이 같은 기간 6.9%에서 7.9%에서 1.0%p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일부 상권은 공실률의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다.

인근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상권의 3분의 1은 가게를 내놨다"면서 "실제 공실률은 통계치보다 높을 것"이라고 단언했을 정도다.

서울 주요 상권 식료품과 생필품 등 63개 항목의 카드 매출을 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0% 감소했다. 특히 식당이 많은 이태원 일대는 무려 68.4%나 감소했다.

상가정보연구소 관계자는 "서울 내 상권에서 내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는 이태원, 압구정, 명동 등의 지역은 공실률이 증가했다"면서 "코로나19 이후 관광 및 유흥 상권의 분위기가 침체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태원 상인들이 9일 집회를 열고 있다. [TV조선]
이태원 상인들이 9일 집회를 열고 있다. [TV조선]

이태원 일대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이 방역 수칙을 재검토해 달라는 취지로 9일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작년 5월 ‘이태원 클럽발(發)’ 코로나 바이러스 집단감염 확산 사태 이후 서울 대표적인 ‘힙플레이스’(Hip Place·최신유행장소)였던 이태원이 ‘유령도시’로 변했다고 호소했다.

이태원 상인회가 개최한 방역 수칙 재검토 요구 집회에 홍석천과 함께 참석한 강원래는 “이태원 자영업자들 목소리에 힘을 싣고자 함께했다”고 했다.

그는 “저는 90년대 조금 유명했던 관계로 앞으로 글을 쓰거나 음반을 내도 되고 방송출연을 한다든가 기타 등등 먹고 살길이 있다”면서 “저의 전 재산을 털어서 가게를 차린 것도 아니라 가게 망해도 집이 있어서 얼어 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이태원 자영업자 중에는 대출을 받아서 사채를 써서 새로운 삶을 시작해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출발한 사람이 많다”며 “그들은 지금 벼랑 끝, 절벽 끝에 매달려 있다”고 했다. 강원래는 “‘앞으로 2주가 고비다' ‘좀만 참아달라' 그렇게 조심조심하며 가게를 지킨 시간이 벌써 1년이 지났다”며 “더 이상 우리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보상대책과 함께 우리 실정에 맞는 새로운 방역 대책을 기대한다”고 했다.

한 때 이태원에서 최대 7개 식당을 운영해 ‘이태원의 황제’로 불렸던 홍석천은 지난해 8월 말 이태원에서 운영하던 마지막 식당을 폐업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여파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는 당시 방송에서 “내가 근 20년 외식업을 했는데 지금은 가게를 다 접었다”며 “지난 6개월 동안 1억 8000만원을 까먹었다”고 말했다.

이태원 상인회는 전날 이태원에서 방역 수칙 재검토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상인들은 집회 과정에서 가게 문 앞에 근조 화환을 세우거나, 이미 폐업해 활용되지 못하는 집기 등을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들은 ‘밤에 일하는 우리는 사람이 아닌가’ ‘7시 오픈인데 9시가 웬 말이냐’ 같은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집회에 나온 홍석천은 TV조선 인터뷰에서 “저희들은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더 이상은 이태원 상인들이 버틸 수가 없는 지경까지 와 있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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