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홍콩보안법, 교실에서까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NN "홍콩보안법, 교실에서까지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11.19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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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법 탄압이 교실에까지 미치자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보내지 않겠다"
보안법 통과 성토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 :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지난 7월 센트럴 지구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것을 성토하고 있다.(홍콩 EPA=연합뉴스)
보안법 통과 성토하는 홍콩 민주화 시위대 : 홍콩 민주화 시위대가 지난 7월 센트럴 지구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킨 것을 성토하고 있다.(홍콩 EPA=연합뉴스)

CNN은 18일(현지 시각) 보안법 파동 이후 정중동 상태에 있는 홍콩의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사라는 8살짜리 아들의 교육을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이자 고국이기도 한 홍콩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저는 아들이 보이지 않는 위협에 감시당하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곳에서 자라기를 바랍니다.”

당국의 탄압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한 사라는 이렇게 말했다.

베이징 당국은 지난 6월 홍콩에 국가 보안법을 발동했다. 이 법은 홍콩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거나, 정부 전복을 꾀하거나, 테러 활동을 하거나, 외세와 공모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 법은 작년에 금융 허브인 홍콩을 불안하게 하는 민주화 세력을 잠재우기 위해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 법이 미치는 파급력은 단순히 시위를 진압하는 수준을 넘어서 특정 언행과 정치적 선택이나 출판의 자유 및 소셜 미디어 포스팅까지 미치고 있다.

그에 따라 홍콩의 교실에서는 어디까지 가르치고 토론하는 것이 합법적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홍콩 교육부는 각 학교에 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는 교재들을 철수시킬 것을 명령해놓은 상태이다. 또, 행정장관은 특정 기념일에 학교에서 불리도록 되어있는 중국의 애국가를 모독하는 경우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지난 9월에는 수업 중에 ‘자유 홍콩을 위한 혁명이여 오라’고 적힌 슬로건과 함께 사진을 펼쳐보였던 한 학생이 일주일간 정학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사라의 영국 이주 선택은 반드시 아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홍콩의 교사이다. CNN이 관측한 바에 따르면, 홍콩에서 가장 큰 국제교육 기구인 ‘영어 학교 재단(English Schools Foundation)’은 지난 9월 교사들을 위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하달했다. 이에 따르면 홍콩에서 교실은 이제 더 이상 토론을 위한 ‘안전한 공간’이 아니다.

이 지침은 교사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내용이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있음을 언제나 명심’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전임 행정장관이었던 렁춘잉은 작년 시위 사태 때 직업적 과오로 기소된 교사들의 신상정보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사라는 집값이 어마어마하고,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홍콩에서 집과 차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여유 있는 계층에 속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친지들과 떨어진 머나먼 이역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예정이다.

“청소부나 접시닦이, 케시어를 가리지 않고 무슨 일이든지 할 겁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의 물질적 풍요보다 자유가 더 중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CNN은 사라 이외에도 자녀 교육을 위해 해외 이주를 준비 중인 몇몇 학부모들을 더 만났다. 그리고 일부 학교 교사들은 금년 들어 자퇴 비율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들려주었다.

초등학생 둘을 두고 있는 한 어머니는 금년이 가기 전에 영국으로 이주할 거라고 말했다. 그녀도 사라처럼 코로나바이러스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영국에서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짐작하지 못했다.

“큰 희생을 치르게 되겠지요.”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우리는 아이들이 자유로운 나라에서 공부하기 바랍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 홍콩=AFP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 홍콩=AFP연합뉴스

“불법 사상”

지난달 홍콩의 교육 당국이 한 교사의 자격을 영원히 취소한 일이 발생했다. 그 교사는 교실에서 ‘홍콩 독립 사상을 전파’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교육 당국은 교실에서 토론이 벌어졌던 자세한 상황을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들은 이 교사가 학생들에게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시민운동가 앤디 찬이 등장하는 TV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었다고 보도했다. 이어서 학생들은 언론의 자유와 홍콩 독립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지에 답을 해야 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캐리 람 행정장관은 ‘불법 사상’과 ‘친독립 주장’은 교실에서 퇴출되어야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당국은 오래전부터 홍콩의 교육 제도 때문에 학생들이 급진화 되었다고 비난해왔다. 특히, 친 베이징 국회의원들은 고등학교에 2009년 도입되어 당대의 이슈 거리에 대한 지식과 사고를 강화하도록 하는 필수 공민 기본 교육 과정인 일반교양 과목들이 문제가 많다고 지목해왔다. 이 과정에는 현대 중국과 정치 참여, 그리고 홍콩의 정체성을 포함하는 주제들이 들어있다. 친 베이징 인사들은 이 교육과정의 교재들이 편향되어있고, 학생들에게 반정부 시위를 선동한다고 비판해왔다. 그러자 이 교재들의 출판사들은 중국 정부를 비난하는 내용과 ‘권력의 분권’이라는 내용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재편집하였다.

친 베이징 국회의원인 레이나 입은 교육 내용에 변화가 가해짐으로써 학생들이 중국 역사에서 보다 균형 잡힌 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본 목표는 우리 학생들이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도록 가르치는 데 있습니다.”

레이나 입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교실을 정치 선전장으로 활용하는 교사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심지어는 경찰과 중국 정부를 더럽고 퇴행적이며 독재적이라고 묘사하면서 증오를 선동하고 있습니다.”

교육 당국은 작년 6월부터 금년 10월까지 ‘증오 발언’을 퍼뜨리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폭력을 옹호한 교사들에 대한 247건의 고소를 접수했다. 이번 달 초 홍콩 교육부 장관은, 학교에서 작년 시위 사태 때 진압에 앞장섰던 경찰관 자녀들을 협박한 혐의로 일부 교사들과 학생들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또, 홍콩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학생들에게 민주 국가(國歌)인 ‘홍콩에 영광을’을 부르도록 허가한 한 중학교 여교사가 직위 해제됐다고 보도했다. 레이나 입 의원은 이 노래가 ‘어린 학생들에게 홍콩 독립의 씨를 뿌리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금년 여름, 홍콩 교육부는 학생들이 주요 기념일 행사에서 중국 국가를 불러야한다는 새로운 지침을 하달하고, 국가(國歌)를 모독하는 학생은 경찰에 신고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레이나 입 의원은 ‘많은 나라들이 학생들에게 헌법을 암기하고, 국가를 부르도록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런 면에서는 홍콩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당국은 수년 동안 홍콩에 애국 교육을 실시하도록 심혈을 기울여왔다. 홍콩의 저명한 민주운동가이자 2014년 우산 민주화운동(Umbrella Movement)을 이끌었던 조슈아 웡은 고등학생 때 ‘학민사조(Scholarism)’라는 학생운동 단체를 결성했다. 2012년 그는 120,000명이 참여하는 시위를 주도하고, 홍콩 공립학교들에서 친 공산당 국가 교육과 도덕 교육 등 애국교육을 강화하려는 베이징 당국의 계획에 저항하기 위해 홍콩 정부청사를 점거했었다. 당시 시위대는 교육을 변화시키는 것은 곧 세뇌교육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면서, 시위대의 압력에 밀린 관리들이 계획된 커리큘럼을 철회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하지만 홍콩 학생들이 베이징 당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2012년부터 베이징 당국의 기본 목표 중 하나는 애국적이고 충성심 강한 홍콩 젊은 세대를 육성하는 것이라고, 전직 홍콩학생연맹 부사무장이었던 레스터 슘은 말한다. 그는 현재 선출직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는 현재의 변화된 교육 제도 하에서는 ‘권력의 과오에 무지한 철저히 세뇌된’ 새로운 세대가 탄생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나 레스터 슘은 학생들이 인터넷이나 언론을 통해 자유로운 정보를 얻고 있기 때문에 베이징 당국의 목표가 얼마나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도 말한다.

홍콩 거리시위 중 경찰에 붙잡힌 시민들. EPA 연합뉴스
홍콩 거리시위 중 경찰에 붙잡힌 시민들. EPA 연합뉴스

다음 세대

홍콩 중문대학교의 부교수 로웨나 헤는 전에도 이와 비슷한 교육 제도의 변화를 목도한 바가 있다. 1989년 봄 수백만 명이 정치 개혁을 요구하며 베이징을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거리로 뛰쳐나왔다. 전국적으로 벌어졌던 이 민주화운동은 6월 4일 인민해방군이 베이징 중심가에서 자국 국민들에게 발포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그 이후 중국공산당은 긍지를 심어주는 국가관을 주입하고, 서방세계에 대한 젊은 세대의 태도를 바꾸기 위해 애국교육에 착수했다.

오늘날 중국 본토의 젊은이들 중에 천안문 학살이나 민주화운동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당국이 인터넷과 서적 등에서 이 사태에 관한 내용을 통제하고, 학교에서는 교육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태에 대해 안다고 해도 중국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탄압이 불가피했다는 당국의 발표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홍콩에서만은 젊은 세대를 세뇌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로웨나 헤 교수는 말했다. 

“홍콩은 굳건한 시민사회가 버티고 있습니다.”

로웨나 헤는 『천안문 탈출 : 중국 민주화 투쟁의 목소리』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그녀는 작년에 홍콩으로 이주하기 전 미국 대학들에서 시민운동에 관한 세미나를 주제로 수년 동안 가르쳤다. 그녀는 중국 영토에서 유일하게 철야 농성이 가능한 홍콩에서 처음으로 천안문 사태 기념행사에 참여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당국이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이 행사를 금지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행사가 다시는 열리지 못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그러나 금년에 소규모 인원이 빅토리아 광장에 집결한 후, 민주 인사 수십 명이 ‘불법 집회’에 고의로 참석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로웨나 헤는 그래도 학생들에게 천안문 학살과 중국 공산당이 금기시하는 역사적 사건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탄압의 위험성이 항상 뒤따른다. 지난 7월 홍콩대학은 저명한 법학교수이자 민주운동가인 베니 타이를 해임했다. 그는 홍콩 학자들에게는 더 이상 학문의 자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언론들은 이밖에도 민주진영 교수들이 대학에서 쫓겨나는 여러 케이스들에 대해 보도하고 있다.

“학문의 자유에는 성역이 없습니다. 대중 검열과 자기검열은 그렇게 시작되는 겁니다.”

로웨나 헤는 이렇게 말했다.

금년 6월 4일 로웨나 헤는 학생들을 데리고 중문대학교 캠퍼스 한 복판에 서있는 ‘민주 여신상’ 앞에 섰다. 원래의 ‘민주 여신상’은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학생들이 10미터 크기로 급히 제작해 천안문광장에 세워졌지만, 인민해방군에 의해 파괴되었다. 이 조형물은 현재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권력을 쥔 자들은 역사를 손쉽게 조작하고 기억을 지울 수도 있습니다.”

로웨나 헤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저는 진실을 알리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그것이 저항이니까요.”

로웨나 교수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 일부는 졸업 후 홍콩을 떠날 생각이다. 그들 중 한 명인 타일러는 홍콩에서는 검열이 심하므로 중국 역사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영국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타일러도 당국의 탄압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했다.

“홍콩과 중국의 서사(敍事)는 매우 탄압받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타일러는 작년 중문대학에서 벌어져서 경찰과 시위대 사이 폭력 충돌의 진원지가 되었던 학생 시위에 참가했었다. 학생들은 바리케이드를 치고 최루탄을 쏘는 경찰에 격렬히 저항했고, 많은 학생들이 검거되었었다.

“보안법 하에서 우리들 상당수는 경찰의 감시망을 두려워합니다.”

타일러는 이렇게 말했다.

“걱정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는 희생을 감수하는 많은 학생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을 홍콩에 그대로 머무르는 선택을 내렸다. 타일러의 동료 한 명은 1989년의 탄압 같은 사건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교사의 길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다음 세대를 가르쳐야하고, 정부의 세뇌교육에 넘어가지 않도록 옮고 그름을 분명히 알려줘야 합니다.”

당국의 눈초리가 두려워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학생은 이렇게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 이주를 선택한 교사 사라는 홍콩에서 다음 세대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보고 싶지 않다. 그녀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현재 홍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아니라 미래 수십 년 앞에 벌어질 일들이다.

그녀는 지금 홍콩을 떠남으로써 미래에 그녀의 아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유일한 도시인 홍콩을 떠날지 말지를 결정해야하는 어려운 순간을 맞이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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