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코로나 임금삭감에 직장인들 ‘투잡’ 신드롬…“살려면 뾰죽한 방법 없지 않습니까?”
[현장르포] 코로나 임금삭감에 직장인들 ‘투잡’ 신드롬…“살려면 뾰죽한 방법 없지 않습니까?”
  • 박성준 기자
  • 승인 2020.11.18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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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주문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한 배달노동자의 모습. [박성준 기자]
배달 주문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한 배달노동자의 모습. [박성준 기자]

“이 정도 월급으로는 도저히 생계유지를 할 수 없습니다.”

37살 김지훈 씨(가명)는 어린 두 자녀를 둔 가장이다. 그의 본업은 편의점 물류센터 기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일거리가 줄어들자 야간에 대리운전 기사 업무를 시작했다.

새벽부터 시작해 오후 3~4시가 되면 물류기사 업무가 끝난다. 쪽잠을 자고 ‘투잡’인 대리기사 업무를 시작하면 오후 8시. 새벽 2시가 다 되도록 업무를 수행한다.

식사는 항상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해결한다고 했다. 그마저도 콜이 오면 바로 나가야 한다. 그야말로 매 끼니를 ‘폭풍 흡입’하는 것이다.

김 씨는 “하루에 16~17시간씩 일하는 것도 시간이 지나니까 적응되는 것 같다”며 “아이들이 있어서 먹여 살리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도 고단한 일인데 투잡까지 하는 그의 모습은 대단함을 넘어 안쓰러울 정도였다.

투잡을 뛰는 직장인은 김 씨 뿐만 아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체육시설에서 수영강사로 일하는 한계현 씨(29)는 두 달 전부터 퇴근 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임금이 30% 이상 삭감된 한 씨는 차량유지비와 월세 등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채용공고를 찾아보고 있는 한 취업준비생. [박성준 기자]
채용공고를 찾아보고 있는 한 취업준비생. [박성준 기자]

배달 아르바이트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은 한 달에 약 50만원이다. 그는 “이렇게 해도 예전에 벌던 것만큼 못 번다”며 “체육관이 문을 열어야 우리 강사들도 일을 하고 제대로 된 월급을 받을 텐데 코로나 때문에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편의점에서 도보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직장인 이예슬 씨(27)는 지난주부터 집 근처 편의점에서 도보로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 씨 역시 줄어든 급여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였다.

그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며 “위기에 처하니까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어 “운동 삼아 돈도 버는 거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긍정적으로 일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의 직장 동료도 편의점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는 “친한 동료가 한 명 있는데 그 친구도 얼마 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라며 “이걸(아르바이트) 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달 전용 오토바이. [박성준 기자]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달 전용 오토바이. [박성준 기자]

이처럼 ‘대세’가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투잡을 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운영하는 알바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5월21~28일간 아르바이트 구직 경험이 있는 응답자 1599명을 대상으로 '투잡 구직 현황'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3.5%는 이미 부업을 뛰고 있다고 답했다.

부업을 고려하고 있다는 응답도 35.7%에 달했다. 직장인 중에서는 22.1%가 이미 부업을 뛰고 있다고 했다. 5명 중 1명이 부업 이유를 '본업 소득 감소'를 꼽았다.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GS25와 CU가 서비스 중인 편의점 도보 배달 종사자 수는 총 5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기업들이 비용(임금) 절감을 위해 근로시간까지 조정하자 남는 시간에 푼돈이라도 벌자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관계자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아르바이트 일자리도 줄고 있고, 무엇보다 본인 시간에 맞춰 선택적으로 일할 수 있어 젊은 층에서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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