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트럼프 패배불복 가능성... 미국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날이 올까?
미 대선, 트럼프 패배불복 가능성... 미국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날이 올까?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10.1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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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3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두자릿수대 리드를 지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지난 9∼12일 미 전역의 등록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후보는 53%, 트럼프 대통령은 42%의 지지를 각각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바이든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트럼프 진영은 '우편투표 불공정'등을 핑계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소송전으로 비화시킬 것을 예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 시각) 언론학 교수이자 정치학자인 피터 베이나트의 칼럼을 싣고,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불복해서 소동을 일으킬 경우, 미국인으로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은 경우이기는 하지만, 이를 국제사회에 호소해서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정쟁에 휘말려있는 벨라루스의 야권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는 지난달 동영상을 통해 UN인권위원회 앞에 섰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벨라루스는 지난 8월 대통령 선거를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벨라루스 정부의 공식 대표는 티하놉스카야가 인권위원회에서 연설할 권한이 없다고 반발했지만, 그녀는 벨라루스를 위해 UN이 나서줄 것을 탄원했다.
 
“민주주의 원칙과 인권의 편에 서는 것은 내정간섭이 아닙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인간성의 고귀함을 추구하는 노력은 전 지구적인 공동의 문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이 11월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확진 판정을 받기 전부터 트럼프는 자신이 패배하더라도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말을 계속해오고 있다. 정말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조 바이든은 티하놉스카야의 전례를 따라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해야 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미국이 자유세계의 당연한 지도자임을 보고 자란 많은 미국인들에게는 바로 초강대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폭정에 국제사회의 개입을 불러들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제랄드 혼이나 캐롤 앤더슨 같은 역사학자들이 자세히 설명하고 있듯이 미국의 흑인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국제사회에 호소해온 기나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미국의 노예해방론자였던 프레더릭 더글러스는 1845년부터 1847년까지 영국 청중들을 대상으로 미국의 노예제도에 개입해달라는 연설을 180회 이상 하고 다녔다. 또,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전후 세계를 구성할 ‘평화원칙 14개 조’를 발표했을 때 흑인 해방 인권단체인 NERL(National Equal Rights League)은 파리 평화협상 측에 15번째 조항을 채택해주기를 탄원했었다. 15번째 조항이란 ‘모든 국가에서 인종과 피부색에 근거한 시민적, 정치적, 사법적 차별의 철폐’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흑인 민권운동가이자 사회학자였던 W.E.B. 뒤 보이스는 미국 최대의 흑인 인권단체인 NAACP가 UN의 각국 대사들을 상대로 펴낸 94페이지짜리 성명서 발간에 참여했었다. 이 성명서는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다.
 
“전 세계 인민들이여, 우리 미국의 흑인들은 호소합니다. 현재 미국 흑인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미국 내부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이는 인간성의 본질적 문제이며, 민주주의가 처한 문제입니다.”
 
또, 1951년 대중 예술가이자 인권운동가였던 폴 로브슨은 UN 관리들에게 200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를 전달했다. 이 문서는 흑인들에 대한 미국 당국의 처사는 인종의 대량학살을 금지하는 국제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1964년 흑인 인권운동가 말콤 X는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 정부들을 대상으로, UN 인권위원회에 호소해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활동을 벌이도록 촉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군 병원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군 병원으로 이동하기 전 기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제공)

금년 6월 조지 플로이드의 친지들이 연대해서 UN 인권위원회에 미국 인권 상황을 다룰 긴급 임시회의 소집을 요청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은 물론 W.E.B. 뒤 보이스나 말콤 X는 아니다. 그러나 그가 이끌고 있는 당은 현재 만성적인 인종차별적 선거권 침탈 행위에 직면해있다. 미국 민주당이 흑인들의 정치적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더 강하게 대변하면 할수록 표는 줄어들고 있다.
 
민주당이 선거인단 선거에서 확실하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일반투표에서 3~5%를 이겨야 한다.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표가 계산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의 줄기찬 노력을 이겨내고 그만큼의 성과를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이 역경을 딛고 승리한다고 해도 트럼프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은 뒤 보이스가 국제사회에 호소했던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방해함으로써 미국은 지금도 그 구성에 자신들이 적극 이바지했던 국제법의 민주적 원리원칙을 위반하고 있다.
 
‘유럽안전보장 협력기구(OSCE)’는 2018년 치러진 미국의 중간선거를 참관하고 선거 과정에서 벌어진 비민주적 형태들에 대해 장문의 보고서를 작성한 바가 있다. 이 보고서는 특히 전과자들의 선거권 침탈에서부터 컴럼비아특별구(워싱턴 D.C.)의 의회 대표 부재, 그리고 차별적인 유권자식별법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부당한 행위가 벌어졌음을 지적하고, 미국의 선거는 OSCE의 규정과 보통 및 평등선거의 국제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선거 감시 업무 전문가인 듀크 대학 대중정치 연구소의 주디스 켈리 소장은 최근 <보스턴 글로브>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의 선거 상황을 관찰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금년에 한 행위들을 보고 자국으로 돌아가 ‘미국이 위험하다(red flag)’는 경고를 연발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금년에 OSCE 관측자들이, 많은 주(州)들이 그러한 활동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선거 감시 업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특히 최남동부 5개 주(Deep South)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 후, 트럼프 측에서 투표 집계 업무를 중단하거나 전혀 인정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OSCE 보고서를 발판으로 벨라루스의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 호소했던 같은 기관에 부당함을 알려야 한다. 바로 UN 인권위원회이다.
 
민주당은 나아가 민주주의가 침해받을 경우 집단 전체가 긴급히 행동에 나서기로 합의한 지역 협의체인 ‘미주기구(OAS)’에도 불만을 제기해야 한다. 미주기구는 2009년 온두라스 정부가 쿠데타를 획책하자 협약을 근거로 온두라스에 제재를 가한 바가 있다.
 
하지만 자칭 현질 정치론자들에게는 이러한 주장이 너무 순진한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현실 정치에서는 UN과 미주기구에서 활동하는 국제사회의 이상주의자들은 세계 최강대국을 상대로 사실상 아무런 힘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점은 그게 아니다. 국제기구에 호소한다고 해서 선거결과가 뒤바뀌지는 않겠지만 민주당 자체는 바꿀 수 있다. 오늘날 민주당 내의 많은 주요 인사들은 흑인 민권운동가들이 오랫동안 싸워왔던 바로 그 미국 예외주의(exceptionalism)라는 신화에 경도되어있다.
 
그들은 다른 나라에게는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국제 기준에 미국은 제외시키는 데 익숙하다. 예를 들어, 중국이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인물이나 타국 정부 관리들을 죽이기 위해 정기적으로 드론을 띄운다면 민주당은 그러한 행위가 자신들이 극찬하는 국제법의 중대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비난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의 유력한 관리 중 한 명이었던 카심 술레이마니를 암살했을 때 조 바이든은 술래이마니가 ‘정의의 심판을 받을 만한 행동을 했다’고 말하고, 암살 이후에 벌어질 후과에 대해서만 우려했었다.
 
미국인들은 절대로 덕성을 타고나지 않았다. 그들은 국제사회가 규제하는 윤리적 기준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기 일쑤다. 폴 로브슨이나 W.E.B. 뒤 보이스를 비롯한 민권운동가들은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잔혹한 경험을 통해 이를 잘 알고 있다. 조 바이든과 민주당의 백인들이 트럼프 공화당으로부터 박탈감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 그들은 중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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