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잘 돼도 기쁘지 않네요…” PC방 폐업 쓰나미에 용산 전자상가 중고판매점 ‘때 아닌 호황’
[현장르포] “잘 돼도 기쁘지 않네요…” PC방 폐업 쓰나미에 용산 전자상가 중고판매점 ‘때 아닌 호황’
  • 박성준 기자
  • 승인 2020.10.16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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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안에 쌓여 있는 중고 PC. 대부분이 폐업한 PC방에서 나온 물건이다. [박성준 기자]
매장 안에 쌓여 있는 중고 PC. 대부분이 폐업한 PC방에서 나온 물건이다. [박성준 기자]

“중고 PC가 계속 들어옵니다. 시간 지날수록 더 많아지고 있어요.”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선인상가. 복도에는 컴퓨터 본체와 각종 부품들이 쌓여 있었다. 한 매장 앞에는 직원들이 수많은 컴퓨터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매장 안에는 연신 전화벨이 울렸다.

중고 PC판매점에서 일하는 박모 씨(41)는 “코로나19 터지고 중고 PC를 팔려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다가 지금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이라며 “얼마 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했을 때 특히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PC방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선인상가는 갑자기 특수가 찾아왔다. 폐업한 PC방 매물이 싸게 들어오고 재택근무와 비대면 수업 등 중고 컴퓨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중고 PC매장 업주 강민기 씨(39)는 “코로나가 길어지니까 PC방 업주들이 더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니까 매물이 쏟아져 나온다”며 “동시에 개인들은 PC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 바로 물건이 다시 판매된다”고 말했다.

중고PC 매출이 늘었다는 것은 누군가 폐업했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이곳 상인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다.

강 씨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매출이 늘어서 저는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중고 PC매물을 보면서 PC방 사장님들 마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폐업한 PC방에서 쏟아져 나온 컴퓨터 모니터 등의 부품들. [박성준 기자]
폐업한 PC방에서 쏟아져 나온 컴퓨터 모니터 등의 부품들. [박성준 기자]

이처럼 중고PC 상가는 ‘때 아닌 호황’을 누리게 됐지만 기뻐할 수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중고PC판매점 역시 큰 매출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다른 중고상 김모 씨(51)는 “당장 장사가 잘 돼서 매출이 늘어나도 좋은 게 아니다. 멀리 보면 오히려 큰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큰 수요를 담당하는 업체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씨는 “이렇게 PC방들이 모두 문을 닫아버리면 우리도 같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돈을 벌어도 버는 것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부동산114에 따르면 PC방이 포함된 관광·여가·오락 업종의 서울 내 상가 개수는 지난 1분기 1만1714개에서 2분기 1만454개로 10% 넘게 감소했다.

창고와 매장에 넘쳐 복도까지 중고 PC가 쌓여 있다. [박성준 기자]
창고와 매장에 넘쳐 복도까지 중고 PC가 쌓여 있다. [박성준 기자]

부동산 114는 집단감염 예방을 위해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을 제한하고 출입자 명부를 작성하게 하면서 이용자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끝나도 소상공인들의 처지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달 서비스 이용 등 비대면으로 바뀐 소비 패턴이 과거로 돌아갈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긴급자금을 지원해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하되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자영업 체질 개선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중소기업연구원 관계자는 “긴급 수혈과 더불어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시스템이나 시대 패러다임에 자영업자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미성년자 출입금지, 좌석 간 띄어 앉기, 실내 흡연실 운영 중단 등의 방역수칙으로 뜸해진 발걸음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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