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주는 사업체 조사' 놓고 최저임금위-노동계 갈등
'최저임금 주는 사업체 조사' 놓고 최저임금위-노동계 갈등
  • 박성준 기자
  • 승인 2020.10.13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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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출처=연합뉴스]
지난 7월 14일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출처=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체에 관한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데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양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13일 최저임금위가 추진 중인 올해 하반기 정책연구과제에 대한 항의 서한을 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항의 서한에서 "(최저임금위를 구성하는) 노·사·공익위원의 합의 없이 위원회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2020년 하반기 정책연구과제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앞서 지난 6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함께 최저임금위의 연구용역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위와 노동계의 갈등은 연구용역에 포함된 주제의 민감한 성격에서 비롯됐다.

최저임금위가 추진 중인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의 주제는 ▲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임금 실태 등 분석 개선 방안 ▲ 최저임금 적용 사업체에 대한 실태조사 ▲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개선 방안 ▲ 최저임금 관련 데이터 발굴 및 관리체계 구축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노동계가 문제 삼는 것은 최저임금 적용 사업체 실태조사에 관한 연구용역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의 결정 기준에서 사용자의 (임금) 지급 능력을 결정 기준으로 삼는 잘못된 해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최저임금법이 명시하고 있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근로자 생계비, 유사 근로자 임금, 노동 생산성, 소득 분배율 등으로, 사업주의 임금 지급 능력은 포함돼 있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2월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서 사업주의 임금 지급 능력은 제외했다. 다만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과 경제 상황 등을 폭넓게 고려하도록 했다.

그러나 경영계는 사업주의 임금 지급 능력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2018∼2019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만큼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사업주의 임금 지급 능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리적인 결정이 가능하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한국노총의 이번 항의 서한은 최저임금위의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사실상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간주해 견제구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위의 연구용역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불과하고 내년 인상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떨어진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에서 더는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최저임금에 관한 정상적인 조사가 어렵다는 점도 연구용역에 대한 반대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노동계는 올해 하반기 연구용역을 보류할 것을 최저임금위에 요청한 상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인 근로자 생계비 산정 방식을 바꾸는 연구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현행 방식은 비혼 단신 근로자를 기준으로 하는데 이를 가구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요구다.

한국노총은 사업주의 임금 지급 능력이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결정 기준과 무관하다며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가구 생계비를 반영하는 방안을 연구과제로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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