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쏟아지던 중고 물품마저 뚝… 황학동 중고 가구·주방용품 거리 가보니
[현장르포] 쏟아지던 중고 물품마저 뚝… 황학동 중고 가구·주방용품 거리 가보니
  • 박성준 기자
  • 승인 2020.10.1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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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주방용품들이 쌓이는 만큼 자영업자들의 눈물도 쌓여가고 있다. [박성준 기자]
중고 주방용품들이 쌓이는 만큼 자영업자들의 눈물도 쌓여가고 있다. [박성준 기자]

“너나 할 것 없이 모조리 폐업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황학동 ‘중고 물품 거리’에서 만난 오현수 씨(48)는 “코로나 때문에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곳에서 20년 정도 중고용품상을 운영 중인 그는 “중고 물품을 받는 우리마저 폐업하면 이 많은 물건들은 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이 일대 골목 곳곳에는 대형 냉장고와 스테인리스 싱크대 등 온갖 주방기구를 밖에 쌓아 놓은 점포들이 줄을 이었다.

황학동 중고 물품 거리에는 식당이나 상점에서 사용하던 물품을 사들여 다시 판매하는 점포가 밀집해 있다. 식당이 폐업하고 창업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어 외식업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장소로도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식당들이 줄줄이 폐업하면서 이곳 상인들 역시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이 거리에서 중고상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하던 올해 초부터 물건을 사겠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고 입을 모았다.

주문받은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한 상인의 모습. 그는 "이 정도 물량에 5배는 나가야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주문받은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일하고 있는 한 상인의 모습. 그는 "이 정도 물량에 5배는 나가야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오 씨는 “폐업만 많고 새로 시작하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매출이 60% 넘게 줄었다”며 “창고 사용하는 비용과 매장 임대료 내기도 빠듯하다”고 토로했다.

중고주방용품점을 운영하는 김가희 씨(37)는 판매되지 않는 중고 식기류들을 매장 한편에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 가게에서 5년간 일했지만 요즘과 같은 상황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직장 그만두고 아버지 사업 물려받으려고 왔는데 너무 후회된다”며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코로나가 너무 야속하다”고 하소연했다.

집기류 등을 처분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자영업자들이 많지만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이미 폐업한 자영업자들의 물건이 많기 때문이다.

중고가구점의 한 업주는 “창고에 물건이 가득 차서 물건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요즘에는 새것과 다름없는 S급 중고만 받고 있다”고 전했다.

더 이상 둘 자리가 없을 정도로 쌓여버린 중고 물품들 [박성준 기자]
더 이상 둘 자리가 없을 정도로 쌓여버린 중고 물품들 [박성준 기자]

일부 상인들은 코로나19 이후 재판매할 매물이 오히려 줄고 있다고도 했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일했다는 한 업주는 “경제 상황이 조금씩 나빠지면 상인들이 전환할 업종을 생각할 시간이 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폐업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몰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근의 또 다른 업소 사장 임지호 씨(51)는 “장사를 오래 한 사람들까지도 폐업하고 있다”며 “오래된 식당에서 사용한 물건들은 대부분 중고로도 팔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로 오기보다 고물상에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실이 공개한 ‘서울시 식품접객업소의 폐업률’에 따르면 전체 영업 업소 대비 폐업 업소를 나타내는 폐업률이 지난 8월 0.78%를 기록했다. 폐업률이 6월(0.72%)과 7월(0.68%) 점차 감소하던 추세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다시 높아진 것이다.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지난 2분기 서울의 상가 수가 37만321개로 1분기(39만1499개)보다 2만1178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업 상가의 경우 1분기 13만4041개에서 2분기 12만4001여개로 1만40곳이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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