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금값 올라도, 떨어져도 금은방 매출은 ‘반토막’…침울한 종로 귀금속 거리
[현장르포] 금값 올라도, 떨어져도 금은방 매출은 ‘반토막’…침울한 종로 귀금속 거리
  • 박성준 기자
  • 승인 2020.11.2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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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서울 종로의 귀금속 거리. 일부 금은방은 문을 닫았다. [박성준 기자]
한산한 서울 종로의 귀금속 거리. 일부 금은방은 문을 닫았다. [박성준 기자]

“가게 세 내기도 바빠요. 사람들이 찾아오지를 않잖아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귀금속 거리에서 만난 한 금은방 업주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금값 변동이 아무리 심해도 금은방들의 매출은 떨어지기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금값이 오른다고 금은방이 잘 될 거라는 생각은 틀렸다”고 했다.

금값이 비싸면 금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줄어드니까 매출도 줄어들고, 팔러 오는 사람들이 있어도 시세가 정해져 있어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다는 게 이 업주의 설명이다.

20여년간 귀금속 업계에 종사했다는 김한성 씨(49)는 “작년에 비해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며 “여러 가지 안 좋은 상황이 겹쳐 정말 죽을 판”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몇 개월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전망과 자본시장이 불안해지자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다. 이 때문에 금 가격은 하루가 멀다하고 사상 최고치로 뛰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금값이 달러 강세에 밀려 2개월 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유럽에서 코로나19가 급증하면서 달러가 다른 국가 화폐에 비해 가치가 치솟는 등 달러화가 계속 강세를 나타낸 것이 상대적으로 금값 하락에 영향을 준 것이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금은방 직원들. [박성준 기자]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금은방 직원들. [박성준 기자]

귀금속 업계 종사자들은 금값이 오르면 매출에 타격을 받지만 금값이 내려간다고 매출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결혼식 등이 줄고 금의 소비형태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종로의 귀금속 거리 일대는 한산한 분위기였다.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들이 대부분이었고 아예 문을 일찍 닫은 곳도 있었다.

한 금은방 업주는 “오늘 손님이 2팀밖에 없었다”며 “10년 넘게 이곳에서 금은방하면서 임대료 걱정까지 한 적은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금은방 업주 A 씨(52)는 “손님이 와도 실제 금을 사는 경우는 많이 없어졌다”며 “손님들 대부분이 금 시세를 묻는 정도에 그치고 돌아간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금 소비 위축 등으로 유통 흐름이 둔화되면서 일선 소매업체에서 물건이 팔리지 않자 유통은 물론 재료, 제작공장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모양새다.

김모 씨(57)가 운영하는 제작공장은 과거 주6일간 가동됐지만 현재는 공장을 가동하는 날이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근무일수가 줄면서 일부 직원은 일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정부 지원금도 받으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했다”며 “버티다 버티다 눈물을 머금고 직원을 해고하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9년간 유통업자로 일한 박모 씨는 “코로나 이후로 귀금속 관련 업자들은 전부 망해버렸을 정도”라며 “우리 같은 상인들은 금 시장이 조금만 막혀도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코로나19 쓰나미가 몰고 온 고통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가구·부동산·외식 등 주요 골목상권 업종 24개 관련 협회·조합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이들의 2~3월 평균 매출(추정치)은 전년과 비교해 42.8%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순이익은 44.8% 감소했다. 특히 의류점(-85.0%), 가구점(-80.0%), 금은방(-70.0%)의 매출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영업자는 561만명으로, 전체 취업자 중 21%를 담당하는 지역경제의 버팀목이다.

골목상권은 갈수록 붕괴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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