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미국인 '삶의 질' 곤두박질...사회진보지수 28위, 추가하락 예상
[월드 투데이] 미국인 '삶의 질' 곤두박질...사회진보지수 28위, 추가하락 예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09.13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 미 라스베이거스의 실업수당 청구 대기 행렬[AP=연합뉴스]
지난 3월 미 라스베이거스의 실업수당 청구 대기 행렬[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2일(현시 시간), 미국의 삶의 질이 세계 28위로 추락했다고 한탄하는 정치평론가 니콜라스 크리스토프의 칼럼을 실었다. 필자는 이 칼럼에서 미국은 이제 더 이상 기존의 세계 1등 국가가 아니므로 미국인들은 정신 차려야한다고 경종을 울리고 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이 글은 경종(警鐘)의 의미로 읽혀도 좋다. 새롭게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퇴보한 나라에 들었다.

‘사회진보지수(Social Progress Index)’는 2011년부터 처음 발표되기 시작했다. 필자는 목요일 오전 공식적인 발표를 앞두고 금년도 결과를 먼저 입수했는데, 미국과 브라질, 그리고 헝가리가 2011년보다 삶의 질이 떨어진 몇 안 되는 나라에 들었다. 그렇지만 브라질과 헝가리의 하락률은 미국보다는 적었다.

“이 결과는 현 시점에서 우리 국가의 놀라운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 경영학과의 교수이자 사회진보지수 자문단장인 마이클 포터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가 꼭 개발도상국 같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조사 결과에 영감을 받아 시작된 이 지수 집계는 영양 상태, 안전도, 자유의 수준, 환경, 보건, 교육 등 복지를 나타내는 50가지 지표를 수집해서 작성된다. 2020년도 지수에서는 노르웨이가 최상을 차지하고, 덴마크, 핀란드, 뉴질랜드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리고 밑에서는 남수단이 최하위, 그 다음 차드,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에리트레아 순으로 이어졌다.

미국은,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 문화적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28위를 차지했다. 2011년의 19위에서 많이 밀려난 수치이다. 이 지수는 미국이, 상대적으로 빈곤국에 속하는 에스토니아, 체코공화국, 키프로스, 그리스 다음의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이제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포터 교수는 이렇게 들려주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은 대학 평가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양질의 기초 교육에 대한 접근도는 91위를 나타냈다. 또, 미국은 의료 기술면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정도에서는 97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진보지수’는 미국이 보건 통계 분야에서 칠레나 요르단, 그리고 알바니아와 비슷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미국 아동들은 우즈베키스탄과 몽골의 아동들과 비슷한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의 나라들은 미국보다 살인 사건 비율이 낮았으며,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미국보다 교통사고 사망률이 낮았고, 보다 나은 위생환경과 인터넷 접속률을 보였다.

대부분의 주(州)들이 특수한 환경에서는 미성년 결혼을 인정하는 미국은 미성년 결혼 비율이 매우 높고, 국민들이 정치권력의 수혜를 공평하게 누리는 면에서도 뒤처졌다. 미국은 소수 집단을 차별하는 순위에서도 치욕적으로 100위를 기록했다.

이번 결과는 비대칭적 충격을 가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조사된 것이기 때문에 이  다음의 조사 결과는 미국의 위치를 더 추락시킬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 발표된 또 다른 새로운 연구 결과는 미국에서는 우울증이 코로나 팬데믹 발발 이후 세 배를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정신 건강의 악화는 복지에 상응하는 위험 요소들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사회진보지수’를 내놓은 단체의 CEO인 마이클 그린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특히 미국과 브라질에 큰 타격을 입히면서 보건, 수명, 그리고 교육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 지수가 측정한 공정과 포용성은 바이러스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마이클 그린은 말했다.

“포용력과 관용의 정서가 강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 나라들이 팬데믹에 더 잘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백악관에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맥퍼슨역 지하에서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앉아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백악관에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맥퍼슨역 지하에서 사람들이 추위를 피해 앉아있다. (사진: AFP연합뉴스)

지난 10년간, 세계 어느 나라보다 심한 이 지표상의 하락은 우리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 이전 시기부터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있음을 일깨워주며, 정치적으로 지배하는 정당을 떠나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그저 이러한 보다 큰 병폐의 한 증상일 뿐이며, 가속화되는 한 원인이 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다트머스 대학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G. 블란치플라워 교수가 실시한 최근의 조사 결과는, 실제적으로 매일 같이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린다고 보고한 미국인들의 비율이 지난 25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우울증과 절망감의 증가는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주로 미국적인 현상입니다.”

블란치플라워 교수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지표상의 하락은 필자 개인에게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필자가 저술한대로 오리건 주의 시골 No. 6 스쿨버스를 타던 아동들의 1/4이 현재 약물중독과 알코올중독, 그리고 자살로 사라졌다. 이른바 ‘절망에 의한 죽음(deaths of despair)’이다. 필자는 금년 봄 헤로인 중독으로 친구 하나를 잃었으며,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친구들이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가정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음 세대를 향해 자기복제 중이다.

납세자인 독자들은 내 오랜 친구들의 교도소 생활을 위해 엄청난 세금을 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내몰리지 않았다면 이 세금들은 그들을 교육하고,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기술을 가르치고,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좋은 용도로 사용될 돈이었다.

바로 이번 선거가 1932년의 선거와 양상이 같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32년은 미국 유권자들이 허버트 후버의 무능을 결정적으로 심판하고 프랭클린 루즈벨트에게 주권을 위임한 해였다. 그 결과 뉴딜 정책이 탄생하였고, 현대적 의미의 중산층이 대두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우선 우리가 잘못된 여정에 서있다는 현실을 인정해야한다.

우리 미국인들은 ‘우리가 최고다’라고 말하기 좋아한다. 그러나 지표는 ‘우리가 28위이며, 더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정신차려야 한다.

미국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