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코로나 시대, 인도에서 빛을 발하는 무자격 의료인들
[월드 투데이] 코로나 시대, 인도에서 빛을 발하는 무자격 의료인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10.14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 대기하는 인도인들. (사진=연합뉴스)

"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의료인들의 숫자가 부족한 인도에서는 무자격 의료인들이 시골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BBC는 3일(현지 시간)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이들 비정규 의료인들의 활약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최근 인도 서벵골 주 주민들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을 무시하고 이슬람 회당에 모여 기도하겠다고 하자 모하메드 니주무딘은 주민들을 말리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바로 이런 모습 때문에 주민들은 니주무딘을 신뢰한다. 그들은 깡말랐지만 강골(強骨) 기질인 54살의 니주무딘을 ‘의사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아플 때마다 치료를 받고, 약을 타간다.

니주무딘은 약 100,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인도 시골의 무자격 의료인 중 하나이다. 이들 무자격 의료인들은 수십만에 달하는 인도 시골 마을 의료 체계의 최일선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때로는 ‘돌팔이(quack)’이라고 비웃음을 사기도 하지만, 주로 40대 남성들로 이루어져 있는 이들 무자격 의료인들은 시골에서 의료 활동을 펼치기 전 10년 이상을 정규 의사들 밑에서 의료 업무를 배운 사람들이다.

정상적인 의료 서비스가 드문드문 이뤄지고 있는 인도의 벽지에서 이들 무자격 의료인들의 숫자는 정규 의사들의 숫자를 넘어서고 있다.

이들은 주사를 놓고 상처를 꿰매기도 하지만 외과적 수술은 하지 않는다. 이들은 환자들에게 건강관리를 실시하고,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경우 병원으로 환자들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서벵골 같은 주들은 수천 명에 달하는 이들 무자격 의료인들을 교육시키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의 활동은 아프리카의 ‘비의료인 치료사’들을 연상시킨다. 예를 들면, 케냐 시골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의 대부분은 간호사들이나 의료 관리들이 맡고 있다. 그들은 약도 폭넓게 처방할 수 있도록 허락되어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모하메드 니주무딘은 회교사원으로 몰려갔던 자신의 이웃인 비르븀 지역 주민들에게 여러 사람이 한데 모여 기도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했다.

“부담이 많이 되었지만, 사람들이 뭉쳐있는 것이 왜 위험한지를 설명해주었습니다. 주민들은 제 말을 잘 들어주었고 결국 노출된 장소에서 소규모로 기도를 하기로 했습니다.”

니주무딘은 이렇게 들려주었다.

지난 3월말 코로나19 전파 방지를 위해 봉쇄조치가 실시되었을 때 니주무딘은 비르븀 마을의 자기 집 인근에서 열고 있는 작은 치료소를 닫았었다.

그러나 그는 문을 닫은 지 3일 만에 치료소를 다시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치료를 원하고 약을 달라고 하는 마을 사람들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배가 아프거나, 천식이 있거나, 폐 질환 독감 등으로 몸이 아프면 언제나 그를 찾는다. 그는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기초적인 상비약이나 주사제, 거즈, 밴드 등을 비축해놓고 있다.

최근에는 그는 찾아오는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와 호흡기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만일 환자가 코로나19 유사 증상을 보이면 그는 휴대폰 앱을 이용해 세세한 증상을 입력한다. 이 정보는 200Km 떨어져있는 수도 콜카타에 있는 보건 관리들에게 전송된다.

또, 니주무딘은 대부분이 농부들인 자신의 환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기적으로 손을 잘 씻으라고 조언한다.

“몬순 계절이 시작되면서 독감 환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니주무딘이 사는 지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또 다른 무자격 의료인 서브라타 몬달(49)이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

35살의 주민이 뭄바이 일터에서 돌아와 코로나 양성 반응으로 판명되자 몬달은 그가 격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그런 다음 그는 70명의 동료 무자격 의료인들과 함께 20여 마을을 가가호호 돌아다니며 마스크와 소독제를 나눠주며, 가급적 이동을 자체할 것을 조언했다.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정보들을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해서 이동 차량에 실고 다니며 방송하기도 했다.

“우리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몬달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학업을 중단하고, 12년 전 자신의 치료소를 열기 전에 한 의사 밑에서 수련을 쌓았다.

인도는 의료 예산으로 GDP의 1.28%만을 쓰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에 들어간다.

이들 무자격 의료인들이 번성하고 있는 이유는 인도에는 시골 마을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의 숫자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돈만을 목적으로 이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역 공동체에서 신뢰받는 사람들입니다.”

조지타운 대학 경제학과의 지슈누 다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다스 교수와 인도·미국 합동 연구진이 최근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지역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료인들의 68%가 무자격 의료인들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연구자들은 인도 시골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들 무자격 의료인들의 핵심 역할에 주목해야한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일부 주들에서는 이들 무자격 의료인들이 정규 의사들보다 의학적으로 더 뛰어난 지식을 지니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인도의 의료 교육 현실이 얼마나 들쑥날쑥인지를 보여주는 징표이다.

“무자격 의료인들을 정규 의료인에 포함시킨다면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인도의 1인당 의사 숫자는 미국이나 유럽 시골의 해당 의사 숫자보다 많을 겁니다.”

다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편,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발발 이후에는 지역 사회를 감시하는 일에서 이들 비공식 의료인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들은 발열 현상과 인플루엔자 현황을 보고하는가 하면 사람들을 검사소까지 데려오는 역할을 맡기도 한다.

이들 무자격 의료인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육이 절실하다.

2016년 인도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브히지트 바네르지가 포함된 연구진은, 정규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질병을 더 잘 치료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례연구를 통한 결과 비정규 의료인들에 대한 교육으로 의료 수준의 격차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음을 밝혀냈다.

그렇지만 정규 의사 단체는 무자격 의료 행위의 불법성을 줄기차게 지적하고 있다.

콜카타에 근거를 둔 ‘리버 파운데이션(Liver Foundation)’이라는 비영리 단체는 2008년부터 이들 비정규 의료인들을 교육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서벵골 정부도 30군데 이상의 기관에서 이들에 대한 교육에 나서고 있다.

비영리 단체를 운영 중인 아브히지트 초드허리는 자신이 이들 무자격 의료인들에게 생명을 빚지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약 45년 전, 저는 시골 마을에서 밤에 뱀에 물린 적이 있었습니다. 병원이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는 10Km나 떨어져 있었지요. 마을에는 전화도 한 대 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제 가족이 마을의 가짜 의사를 불렀습니다. 그는 재빠르게 와서, 물린 상처를 소독하고, 항알러지 약을 주었고, 앰뷸런스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시켜 주었습니다.”

“어떤 의미로 보면 그날 밤 가짜 의사가 저를 살린 거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