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세계 언론인들을 홍보 도구로 활용하려는 중국
[월드 투데이] 세계 언론인들을 홍보 도구로 활용하려는 중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0.06.29 0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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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적 · 지정학적 목표 하에 해외 미디어에 개입하는 베이징 당국의 영향력 급속히 증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영국의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 시각) ‘국제기자연맹’ 소속 작가인 루이자 림과 줄리아 버진의 칼럼을 싣고 중국이 자국 홍보 전략을 관영 매체 일변도의 구태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세대에 맞춰 다변화, 다각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이 칼럼을 통해 중국의 이러한 공격적 횡보가 자국의 선전에 집중되어 언론 본연의 사명이 위협받고 있으며, 세계 언론의 지형이 오염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유치원, 수공예 상품점, 첨단 기업, 수력발전 댐 …… 그리고 어쩌면 정치 교화 수용소까지.

이들 장소들은 중국 당국이 비용을 지불하는 관광 여행에 참가한 세계 언론인들이 들려야 하는 중국의 장소들이다.

이처럼 중국이 비용을 들여 세계의 언론인들을 초청하는 주된 목적은, 시진핑이 언급한 바에 따르면, 외부 세계에 ‘착한 중국을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과거에는 착한 중국에 대한 이야기는 어수룩한 중국 공산당의 선전 도구인 국영 뉴스 매체들이 담당했었다.

그러나 베이징 당국은 해외 언론인들에게 들려주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를 점차 외부에 의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중국의 이러한 홍보 전략 변화의 목표가 되는 언론인들은 자신들의 매체를 통해 자신들 나라의 언어로 중국의 목소리를 증폭해서 보도하는 경우가 잦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면, 미얀마에서 이뤄진 어떤 원탁회의에 참가한 모든 언론인이 중국이 비용을 대는 관광을 경험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중 어떤 언론인은 무려 아홉 차례나 중국을 관광하기도 했다. 세계를 향한 중국의 홍보 전략이 얼마나 조직적이고 세련되게 변모하고 있는지를 깨닫는 순간이었다.

실제로 우리가 조사한 58개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언론인들이 이런 여행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그 결과로 나온 보도들은 우호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일부는 중국의 현대화와 테크놀로지 발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보도했는가 하면 어떤 언론인들은 중국에 비판적인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확약서에 서명까지 하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언론 환경이 외신부 예산이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베푼 공짜 여행에 참가한 언론인들의 대부분이 이 관광이 자신들이 기사를 쓰는 데 도움이 됐다고 확신하고 있음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도 120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이와 같은 관광을 경험했다. 또, 호주의 경우에는 적어도 28명의 언론인들이 공짜로 중국 여행을 즐겼다.

하지만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억압적이고 무능한 정부 하의 개발도상국 언론인들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국 주도의 대규모 신 실크로드 전략 구상인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계획에 동참을 선언한 나라들의 언론인들이 먹이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은 ‘실크로드 유명인사의 중국 투어(Silk Road Celebrity China Tours)’라는 이름으로 무슬림 언론인들까지도 1백만 명의 위구르인들이 수용되어있는 재교육 캠프를 구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관광을 마친 언론인들은 대부분의 기사에서 중국 당국의 요점을 충실하게 되풀이하였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신장 지역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칭송하고, 테러리스트를 단속한 중국의 처사를 찬양하였다.”

필리핀의 한 언론인은 이렇게 평가했다.

이런 언론인들은 중국 내부의 선전에도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이중으로 활용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19년 1월 위그루 재교육 캠프를 방문했던 12명의 기자들은 중국의 관영 언론 저녁 뉴스에 자신들이 얼굴이 밝게 비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들이 웃는 얼굴로 단체복을 입은 캠프 수용자들과 인터뷰하는 장면이 방송에 등장했던 것이다.

(샤먼=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푸젠성 해상실크로드 해운운영유한공사(福建省絲路海運運營有限公司) 리난(李南) 부총경리가 일대일로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푸젠성 해상실크로드 해운운영유한공사(福建省絲路海運運營有限公司) 리난(李南) 부총경리가 일대일로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샤먼=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언론 노동조합과 언론 기관들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중국이라는 실체와 합치되는 경우를 많이 마주하게 된다. 두 실체가 만나는 곳에는 중국 대사관이 자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서아프리카의 기니비사우 공화국 같은 작은 나라의 언론 노동조합에 몇 대의 컴퓨터와 녹음기를 기증하는 일에서부터 중국의 기금으로 지어지는 케냐의 첨단 방송국에 이르기까지 구석구석을 망라하고 있다.

조사에 참가한 언론 노동조합의 1/3이 중국이라는 실체의 움직임에 공감한다는 비망록에 서명하도록 하는 작업의 대상이 되었다.

해외 미디어들에 개입하는 중국의 움직임이 얼마나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지 따라잡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 방안들에는 공동제작이나 공동사업, 그리고 중국이 지원하는 텔레비전과 라디오 프로그램 등이 있으며, 심지어는 미얀마의 ‘파욱 파우(Pauk Phaw)’처럼 중국이 돈을 대고 있는 언론사도 있다.

또, 중국 기업들은 모바일 앱과 컴퓨터 브라우저를 통해 온라인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인도에서는 힌두어와 15개의 지역 언어로 편집되고 있는 UC 뉴스 브라우저가 50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인도 국경 분쟁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한 일방적 목소리를 듣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의 이 같은 글로벌 미디어 확장 전략에는 세계의 뉴스 흐름을 일방적으로 흐르게 하는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중국 바깥의 미디어 생태계에 중국의 영향력을 심어놓고 베이징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세계의 뉴스 지형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우리는 세상의 척도로 영어라는 결과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른 언어를 활용한 베이징 당국의 침입은 부지불식간에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몇 개월 사이 역정보 활동은 영어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나 아랍어 같은 다른 언어로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활동의 최종 목표는 이념적이면서 지정학적이다.

중국은 서방 언론의 자유로운 보도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자신들만의 언론 모델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이 언론 모델이 자신들의 계획을 긍정적으로 투사해서 UN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자신들에게 긍정적인 표가 많이 나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뉴스 매체들의 형편이 곤궁해져 가고 있는 세계 언론 환경에서 중국의 환대를 받아들이는 기자들은 언론의 사명과 타협할 위험에 놓일 수도 있다. 독립심이 강한 기자라면 베이징의 의도를 내면화하지 않은 채 공짜 관광에 참여할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그들이 관광 대열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자체가 자신들을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중국의 도구로 전락했음을 나타냈다. 중국의 정당함을 뒷받침하는 선전 도구로 활용된다는 말이다.

중국이 세계를 대상으로 뉴스 생산과 배포에 투자를 다각화하면 할수록 ‘제4부(Fourth Estate)’로서의 언론의 기능은 더 힘을 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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