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下] 시진핑 ‘반도체 심장론’ vs 트럼프 ‘중국 성장 차단’ 충돌… 솔로몬의 전략 절실
[반도체 전쟁-下] 시진핑 ‘반도체 심장론’ vs 트럼프 ‘중국 성장 차단’ 충돌… 솔로몬의 전략 절실
  • 기획취재팀
  • 승인 2020.06.0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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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시나리오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시나리오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4차산업혁명시대, 중국의 질주를 차단하라!’

미국의 ‘하이테크 차이나’ 공세는 일단 중국 기술기업을 대표하는 화웨이에 집중되고 있다.

화웨이가 전통적으로 미국이 강세였던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이나 반도체 설계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당국을 등에 업고 세계 최고 5G 기술 업체로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5G는 4차 산업혁명은 물론 군사·안보와도 직결된 기술이다.
  
지난해 화웨이의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비메모리이자 스마트폰의 핵심인 AP 칩 시장에서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중국 시장 점유율 43.9%로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하며 퀄컴(32.8%)을 따돌렸다.

화웨이는 또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분야에서도 지난해 매출 기준 톱 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다. AP 칩과 팹리스는 각각 미국의 퀄컴과 인텔이 장악하고 있는 분야다.

중국이 성능이 우수한 AP와 PC용 CPU(중앙처리장치)를 자체 개발하고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미국 입장에서 이대로 가면 인텔과 퀄컴마저 화웨이에 잡히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반도체는 사람의 심장과 같다"는 '반도체 심장론'을 주창하며 투자를 독려 중이다.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자급률은 15.7%다.

자급률 70%라는 '제조 2025'의 목표와 아직 거리가 멀다. 미국의 방해로 칭화유니그룹의 미국 마이크론 인수가 무산되는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의 M&A(인수·합병)가 틀어지면서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1차 공격타깃인 화웨이(상)와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 추이 [IC인사이츠]

하지만 중국은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으며 자국 기업 육성책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과 상하이시 당국은 22억5000만 달러(약 2조7700억원)를 파운드리 업체 SMIC에 수혈했다. 현재 14나노 공정 기술을 가진 SMIC가 7나노 공정 기술로 퀀텀 점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YMTC(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양산하기 시작한 128단 적층형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연말부터 양산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며 '도광양회(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양국의 전쟁으로 한국은 딜레마에 빠진 상황. 미중간 충돌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미국이나 중국이 한국에 각자 자기편에 서라고 하면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화웨이가 한국으로부터 구매하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규모는 연간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향후 미중이 반도체를 두고 싸움을 계속해 나갈 경우 '메모리 반도체'까지 제재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다.

이재용(앞줄 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낸드플래시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앞줄 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 위치한 반도체 사업장을 찾아 낸드플래시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와는 달리 메모리 반도체는 미국이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화웨이 제재'의 대상은 아니다. 이에따라 화웨이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안정적인 메모리 반도체 납품을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화웨이가 당장은 제재대상이 아니지만 향후 급변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해 '메모리 반도체'만이라도 미리 재고를 확보해놓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데서 나아가 ‘반도체 자급주의’를, 일본까지 반도체 부흥을 추진할 경우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반도체 주도권 회복 전략을 추진해온 미국이 중국 견제 뿐 아니라 한국에 빼앗긴 메모리 반도체 주도권을 다시 찾으려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국내 내부적으로 반도체 산업과 관련된 규제 환경이나 문제를 찾아 개선하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들과 기술 격차를 벌여가면서 비메모리 분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이 중국과 빅딜을 체결하며 미·중 반도체 협력 구도가 형성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실제 문제는 미-중 갈등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 당시 미국은 자국의 마이크론에 대해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두 고래 사이에서 실익을 챙겨나갈 '솔로몬의 전략'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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