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테라포밍] 폭발하는 공격성
[메타 테라포밍] 폭발하는 공격성
  • 최현규 기자
  • 승인 2021.06.10 2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현실 세계보다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더 공격적으로 행동할까요? 이 질문을 놓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에서 내가 다른 이를 공격하고 못살게 하면서,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몰랐다고 하는 이가 있습니다. 둘 중 하나입니다.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어서 상대의 고통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 것입니다. 뇌에 있는 감정 중추인 변연계는 앞서 설명했던 거울 뉴런과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가 다른 이의 감정을 공감하게 만들어줍니다.

타인이 기뻐하거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는 내가 경험한 것이 아니어도 그 감정을 거울 뉴런과 변연계를 통해 느낍니다.

물론, 상대가 느끼는 감정의 미묘한 차이와 그 깊이까지 정확하게 느끼지는 못할지라도, 기뻐하는 상대를 보면서 괴로워하고 있다고 여기거나, 반대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상대가 괴로워하는 것을 알면서도 괴롭힙니다.

우선,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에 공통적으로 작용되는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누군가를 괴롭히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더 뛰어난 존재이기에 열등한 이를 괴롭힌다는 우월감을 느낍니다. 둘째,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상황에서 괴롭히는 집단에 포함된 소속감, 동료의식을 느낍니다. 셋째, 괴롭힘을 당하는 대상을 사냥하는 것 같은 전율을 느낍니다. 요컨대, 자신들을 우월하다고 착각하는 이들끼리 모여서 누군가를 사냥하는 스릴감을 즐기는 현상입니다.

메타버스만의 독특한 현상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첫째, 메타버스에서는 앞서 얘기했듯이 개인의 신상정보를 서로 공유하지 않은 책 소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익명성 뒤에 숨어서 자신이 저지르는 일에 대해 책임감을 덜 느끼는 문제가 생깁니다.

둘째, 메타버스에서는 현실 세계의 오감 중 일부만 사용해서 소통합니다. 동일한 감각기관을 통해서도 현실 세계보다는 낮은 수준의 정보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리 선명하고 큰 모니터를 사용해서 화상 통화를 해도 상대가 눈앞에 있을 때만큼은 표정을 세밀하게 읽지는 못합니다. 이렇게 일부 감각을 사용하지 못하고,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실재감과 상대에 대한 공감능력이 동시에 낮아집니다.

셋째, 괴롭히는 입장에서 느끼는 공포감이 훨씬 덜 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물리적으로 공격하려면 본인도 상대방의 반격이나 처벌에 대한 공포감을 느낍니다. 그런 상황에 처하면 뇌의 편도체가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면서 위험한 상황임을 알려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공격을 받는 이, 공격하는 이 모두 강하게 아드레날린을 분출하면서 공포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메타버스에서 상대를 공격하는 이는 본인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동시에 합니다. 상대와 멀리 떨어진 위치에서 익명성에 숨어서 하는 공격이기에 나는 안전하다는 생각을 뇌의 전전두피질이 해냅니다. 그 순간 공격자가 느끼는 공포감을 일종의 재미로 인식됩니다. ‘현실 세계보다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더 공격적으로 행동할까요?’라는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었습니다.

익명성으로 인해 낮아진 책임감,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상황, 공포감을 덜 느끼는 환경은 현실 세계보다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을 더 공격적으로 만드는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메타버스에서 익명성을 제공하되, 시스템적으로 그에 따른 책임도 함께 지게 해야 합니다. 둘째, 우리 모두가 공격받는 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고, 공격하는 이에게 그런 감정을 함께 표현해 줘야 합니다.

이런 감정의 공감대는 공격받는 이를 감쌈과 동시에 공격하는 이의 무뎌진 공감능력을 깨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셋째, 억압된 욕구를 메타버스 내에서 다른 방법으로 해소하는 수단을 제공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법을 제공해야 합니다.

메타버스를 많이 경험하지 않은 분이 이번 파트의 글을 읽고, 메타버스를 야만의 땅으로 생각하지는 않을지 좀 걱정이 됩니다. 야만, 공격과는 반대의 사례를 세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음 사례는 포켓몬 게임입니다. 포켓몬 게임에는 서로가 가진 포켓몬을 교환하는 미라클 교환이란 규칙이 있습니다.

자신이 교환할 포켓몬을 선택하면, 다른 사람의 포켓몬과 랜덤으로 교환되는 방식입니다. 랜덤으로 교환되는 방식이어서, 보통은 쓸모없는 포켓몬을 처리하는 수단으로 쓰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포켓몬 게임의 한 사용자는 좋은 포켓몬을 만들어서 포켓몬 게임 초보들에게 선물하는 이벤트를 크리스마스에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많은 고급 사용자들이 이 이벤트에 기꺼이 참여했습니다. 그들은 초보 사용자들을 위해 고급 포켓몬을 미리 많이 만들어 두고, 이벤트가 시작되면 아낌없이 선물했습니다. 이 이벤트는 매해 크리스마다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벤트에 참가하는 이들은 누군지 모르는 이가 기뻐할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도 행복해합니다.

두 번째 사례는 아이온 메타버스에서 관찰된 영상입니다. 아이온에서 사용자는 낮은 레벨부터 높은 레벨까지 성장하는 경험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적잖은 비용을 쓰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고려대 김휘강 교수님 연구팀은 아이온에서 레벨이 높은 고레벨 사용자가 레벨이 낮은 저레벨 사용자를 돕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그런 후 도움을 받았던 저레벨 사용자가 일정 기간이 지나 고레벨 사용자가 되었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관찰하여, 매우 신기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자신이 저레벨이었을 때 고레벨 사용자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사용자 중 80%가 자신이 고레벨이 되었을 때 저레벨 사용자를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고레벨 사용자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해서 자신이 나중에 저레벨 사용자를 꼭 도와야 한다는 계약이 형성된 것은 아닌데, 왜 80%나 되는 사용자가 그렇게 행동했을까요? 선의가 선의를 이끌어내는 선순환을 메타버스에서 만든 셈입니다.

마지막 사례는 리니지2 게임 메타버스 속 이야기입니다. 사용자가 매우 많은 경우, 메타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동일한 메타버스를 여러 개 서버에서 동시에 운영하며 사용자를 분산합니다. 리니지2에는 ‘바츠’라는 이름의 서버가 있었습니다. 게임 내에는 길드라는 사용자 모임이 있습니다. 게임을 함께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 서버에는 여러 개의 길드가 있는데, 리니지2의 바츠 서버에는 ‘드래곤나이츠 혈맹’이라는 길드가 있습니다. 이들은 바츠 서버를 장악하고, 거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내야 하는 세율을 10%에서 15%로 인상했습니다. 영지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영지를 소유한 길드에게 돌아가는 구조에서, 이러한 급격한 세율 인상은 바츠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던 다른 사용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었습니다. 결국 2004년부터 총 4년에 걸쳐 바츠 서버를 장악한 드래곤나이츠 혈맹과 이들에 맞서는 바츠 연합군 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연인원 20만 명이 이 전쟁에 참여했으며, 바츠 연합군의 승리로 전쟁은 끝났습니다.

이 전쟁 과정에서 바츠 서버가 아닌 다른 서버에서 게임을 즐기던 사용자들까지 바츠 서버로 넘어와서 드래곤나이츠 혈맹의 압제에 대항했다는 점이 매우 특이합니다. 내 서버가 아닌 남의 서버에서 발생하는 압제에 굳이 나서서 이렇게까지 대항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에도 선과 악, 평화의 분쟁, 나눔과 독점은 늘 공존합니다. 그리고 두 세계에서 공존의 비율을 결정하는 책임과 권한은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도움말씀=포스코경영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