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테라포밍] NPC, 인공지능에게 인권이 있을까?
[메타 테라포밍] NPC, 인공지능에게 인권이 있을까?
  • 최현규 기자
  • 승인 2021.06.10 2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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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미국 드라마 웨스트월드(Westworld)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청의 재미에 문제를 주는 수준은 아니지만, 스포일러가 싫은 분들은 먼저 드라마를 시청하신 후에 이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웨스트월드는 마이클 크라이튼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1973년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입니다.

웨스트월드는 HBO에서 2016년 4분기에 10개의 에피소드로 반영한 작품입니다. 시기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미래 시대의 이야기입니다. 공간적 배경은 서부시대를 모티브로 한 테마파크(놀이공원)입니다.

테마파크에는 고도의 인공지능을 가진 휴머노이드(인간의 모습을 닮은 로봇)들이 살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들이 서부시대 테마파크의 NPC인 셈입니다. 이 부분에 매우 독특한 설정이 있는데, 휴머노이들은 스스로를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즉, 자신들이 로봇임을 모르고, 서부 개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테마파크 방문객들은 테마파크에 거액을 지불하고 서부시대의 모험을 즐깁니다. 하루 비용으로 수천만 원 이상을 지불하는 듯 보입니다. 타 부족과의 전투, 도박, 악당 체포 등 서부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이벤트들을 즐깁니다. 숨겨진 금궤를 찾는 짜릿한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방문객들은 광활한 테마파크 내에서 마치 진짜 서부시대 사람처럼 일상생활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서부시대의 모험 이벤트에 합류합니다.

방문객들은 그런 일들을 게임의 퀘스트처럼 즐기지만, 우리가 즐기는 게임의 모습과는 다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 게임들처럼 퀘스트 창이 뜨거나, 체력이 그래프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바에서 맥주를 한잔 마시고 있는데, 옆자리 애꾸눈 사내가 금궤 얘기를 슬쩍 흘립니다. 관심이 생기면 대화를 이어가다 함께 금궤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식입니다

방문객들이 그런 이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NPC들이 총에 맞아 죽거나, 크게 망가집니다. 모든 NPC들이 잠든 밤, 테마파크의 거대한 연구소에서는 죽거나, 망가진 NPC들을 고칩니다. 이렇게 고쳐진 NPC들은 기억을 재이식 받아서 테마파크에 다시 투입됩니다. 다친 곳이 없는 NPC들의 기억도 리셋되어서 주기적으로 새로운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드라마를 시청하고, 한 부분이 제게 트라우마처럼 남았습니다. 남성 방문객들이 선호하는 이벤트 중 매우 잔인하고 끔찍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방문객들이 농장주 딸로 등장하는 젊은 여성 NPC를 겁탈하는 내용이 간접적으로 묘사되는데, 테마파크는 매번 그 여성 NPC를 고치고 기억을 재이식하여 그런 일을 반복해서 당하게 만듭니다. 그런 설정에 메스꺼움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느낀 메스꺼움을 저는 예전에 비슷하게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GTA(락스타게임즈가 만든 차량 절도범, 범죄자들이 등장하는 메타버스)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 중에 한 남성을 고문하는 이벤트가 등장했는데, 그 묘사가 꽤 사실적이었습니다. 불쾌감과 메스꺼움을 느껴서, 그 이벤트를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넘어갔는데, 더욱더 강렬한 메스꺼움을 웨스트월드는 제게 전해주었습니다. 인간과 동물을 다른 존재로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저는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는 것’이 인간을 동물과는 다른 존재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웨스트월드에서 메스꺼움을 느낀 이유는 테마파크 내에서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면서, 뭐든지 내키는 대로 하려는 인간들의 역겨운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온라인 게임 형태로 제공되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자동차를 훔치고, 총으로 NPC를 제압하는 등의 폭력을 행사합니다. 그런 모습은 우리에게 모니터의 2D 영상 또는 VR 안경을 통한 입체 영상으로 전달됩니다.

그런데 만약 그런 NPC가 드라마 웨스트월드처럼 물리적으로 만들어진 휴머노이드라면 어떨까요? 그래도 우리는 그런 NPC에게 거침없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반대로, 휴머노이드에게 해서 안되는 행동을 2D, 3D 영상으로 등장하는 NPC에게는 해도 괜찮을까요? 가상 세계 메타버스가 정교해지고, 실재감이 높아질수록 그 안에 어떤 세계관과 상호작용을 담을 것인가를 더 깊게 고민해야 합니다.

메타버스를 만드는 이와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들 모두의 숙제입니다. 자칫 새로운 탐험, 소통, 성취 등을 즐기는 공간이라는 미명 아래,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 인간, 진화의 과정을 거슬러서 동물로 되돌아간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어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도움말씀=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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