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테라포밍] 메타버스 속 헝거게임
[메타 테라포밍] 메타버스 속 헝거게임
  • 최현규 기자
  • 승인 2021.06.10 2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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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버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입니다. 현실 세계의 법과 비슷하게, 각 메타버스에는 그 세계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법을 지키지 않는 자들이 존재하듯이 메타버스에도 무법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메타버스에서 사용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의 벌은 사용자의 계정을 영구히 차단하는 밴(ban)입니다. 밴을 무엇을 금지한다는 뜻의 단어인데, 메타버스에서 사용자의 계정을 삭제하고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처벌을 밴이라 부릅니다.

예를 들어 라이프로깅 세계인 소셜미디어에 음란물을 올리거나, 거울 세계인 음식 배달 플랫폼에 리뷰를 대량으로 조작해서 올리거나, 가상 세계인 게임에서 오토를 돌리거나 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경우 밴을 당합니다.

개인 사용자 입장에서 밴은 메타버스 안에는 영구 추방, 사망 선고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는 현실 세계에서 큰 죄를 짓고 사형을 당하는 경우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가입하는 메타버스가 아닌 경우, 가입 시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정도를 확인하는 메타버스에서는 밴을 당해도 바로 다른 정보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원래 사용하던 계정과 연동은 안 되지만, 그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신분으로 사는 것은 가능합니다. 새로운 신분을 쉽게 만들다 보니, 메타버스에서 규칙을 어기는 범죄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용자들이 적잖습니다. 밴을 당해도 다시 계정을 만들고 범죄를 반복합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밴을 당한 사용자가 갖고 있던 하드웨어 정보를 추적해서, 해당 하드웨어가 그 메타버스에 접속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토를 돌렸던 컴퓨터나 음란물을 올렸던 스마트폰의 고유 정보를 확인하고, 다른 계정을 사용해도 그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해당 메타버스에 접속하지 못하게는 막는 방법입니다. 매우 강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이지만, 이런 방법을 쓰게 되면 밴 당한 사실을 모르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중고로 구매한 사람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에서 하는 행위가 현실 세계의 법에 위배된다면, 현실 세계 법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앞서 예시 중 소셜미디어에 음란물을 올리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그러나 게임 속에서 오토를 돌리는 경우는 현실 세계 법으로 처벌이 불가합니다. 메타버스 세상의 경제를 크게 교란하는 행위이지만, 현행법은 메타버스 안에서 오토를 돌려서 디지털 아이템을 얻는 행위를 금지하고 않고 있습니다. 결국 메타버스 내부 규칙으로 통제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메타버스가 무언가를 금지하는 규칙을 만들면, 무법자들은 그 규칙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방법을 고안합니다.

그러면 많은 사용자들이 피해를 입고, 메타버스 운영자에게 이를 신고하고 항의합니다. 메타버스 운영자는 규칙을 수정하여 무법자들의 활동을 일시적으로 막아냅니다. 그러나 무법자들은 변경된 규칙의 맹점을 파악하여 다시 문제를 일으킵니다. 막는 자와 뚫는 자의 끝없는 싸움입니다. 현실 세계와 같습니다.

메타버스의 질서를 그 세계의 법에 해당하는 메타버스 운영 기업의 규칙, 약관에만 의지할 수는 없습니다. 사용자들 스스로 메타버스 세계관을 존중하고, 다른 사용자들과 공생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현실 세계의 여러 상점들을 옮겨 놓은 거울 세계가 존재합니다.

거울 세계에 있는 상점에 허위 정보를 올리고, 거짓 리뷰를 올리면 그 거울 세계가 온전히 성장할 수 있을까요? 그런 행위가 문제가 될지 안 될지는 그 메타버스의 규칙, 약관을 들춰보지 않아도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법전으로 우르남무 법전(Ur-Nammu)을 꼽습니다. 인류 최초의 문서화된 성문법이며, 기원전 2100~2050년 정도에 만들어졌다고 추정합니다. 그런 법전이 없던 시대, 인류는 아무런 규칙 없이 서로 물고 뜯으며 살았을까요? 우르남무 법전은 27개의 조항으로 구성된 매우 짧은 법전인데, 그렇다면 27개 조항에 없는 죄는 저질러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되었을까요? 그렇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문화, 경제, 사회 시스템 등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법이 생기고, 그 내용은 복잡해집니다. 메타버스도 그렇습니다. 메타버스는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양상으로 등장하며, 시시각각 그 모습이 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메타버스에서 생기는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특정 규칙, 약관으로 그런 문제를 완벽히 통제하기는 어렵습니다.

메타버스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규칙, 약관 등 그 세계의 법을 지속해서 정비해야겠지만, 그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은 그 세계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 우리들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지키는 약속입니다. 성숙한 문명을 이룩한 인간이 우리가 만든 메타버스입니다. 만약 메타버스 안의 문영이 원시시대 수준이라면, 현실 세계에서 우리가 이룩한 문명의 민낯도 별반 다른 게 없지 않을까요?

[도움말씀=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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