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테라포밍] 카카오: 자서전을 대신 써주자
[메타 테라포밍] 카카오: 자서전을 대신 써주자
  • 최현규 기자
  • 승인 2021.06.10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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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조찬 모임 강연이 있어서 매우 이른 시간에 택시를 잡았습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기사님께서는 이른 시간에 제가 왜 호텔에 가는지 궁금해하시는 눈치였습니다. 이런저런 주제로 홍보, 마케팅 담당자들 대상으로 강연을 간다고 했더니, 기사님께서 매우 반가워하셨습니다. 자신도 젊은 시절 그쪽 일을 했다고 하셨습니다.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려는데 운전석 옆에서 작은 책자를 꺼내시고는, 몹시 수줍은 표정으로 제게 건네주셨습니다. 기사님께서 쓰신 자서전이었습니다. 늦은 저녁, 가방에 넣어두었던 기사님의 자서전을 꺼내어 읽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서로 닮은 듯 다른 삶을 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매하지 않을 자신의 이야기를 기사님께서는 왜 책으로 엮으셨을까 생각해봤습니다. 타인과 닮은 듯하며 다르기도 한 나의 삶, 그 삶이 나에게는 가장 특별한 이야기이기에 그러셨으리라 짐작했습니다.

한국인의 94.4%가 카카오톡을 쓰고 있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인 카카오스토리에 자신의 일상을 기록합니다. 그들이 오프라인에서 살아가는 기록은 카카오가 건설한 거울 세계 메타버스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내가 어디를 어떻게 이동했는가는 카카오의 길 찾기, 택시 불러주기, 대리운전, 내비게이션, 버스 노선 안내, 지하철 노선 안내, 주차장 찾아주기 서비스 등이 알고 있습니다. 내가 돈을 어디에 쓰고 어디에 투자하는가는 카카오의 금융 분야 서비스인 카카오페이, 온라인 주식거래 서비스, 카카오뱅크 등이 알고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보고 읽고 즐기는가는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 웹툰, 순수문학, 카카오TV 등의 콘텐츠 서비스가 알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소설을 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정신 차리고 말해!’ 그녀는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 몸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남는 시간이 더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나는 숨을 쉬지 않고 말을 토해내고 싶었다. 그녀는 나를 믿지 않았다.” 이 문장은 ‘포자랩스’라는 스타트업이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2019년에 쓴 내용입니다. 2016년, 일본 호시 신이캄 문학상 공모전에서 예선을 통과한 작품 중 4편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쓴 소설이었습니다.

카카오 유니버스가 보유한 나에 관한 어마어마하게 다양하고 세세한 기록들을 인공지능 소설가에게 넘겨주면 어떤 작품이 나올까요? 특히, 내가 카카오톡을 통해 주변인들과 소통하고, 업무를 처리했던 대화 기록까지 인공지능 소설가가 들여다본다면 꽤 괜찮은 전기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시간을 축으로 놓으면, 짧게는 하루의 일기,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삶의 기록을 담은 이야기가 될 테고, 주제를 축으로 놓으면, 나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나의 커리어 관리 이야기, 나의 흑역사 모음 등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겠습니다.

이런 콘텐츠를 카카오가 개인에게 판매할지 아니면 다른 형태로 상업화하는 게 좋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가 주인공인 나의 이야기가 나에게 정말 매력적인 콘텐츠가 될 것은 확실합니다. 내 이야기를 내 지인들과 공유하고 의견을 듣거나, 누군가에게 공유하는게 불편하다면 내 이야기를 인공지능 독자나 인공지능 카운슬러에게 공유하고 소감과 조언을 구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매력과 부가 기능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더 다양한 카카오 유니버스의 서비스에 깊이 빠져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속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서 살아갑니다. 각자 자신을 중심으로 삼아 원을 그려놓고, 자신이 주인공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메타버스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 정보가 생성되며 기록되고 있으나, 그 데이터와 정보를 시간과 사람들의 관계와 엮어낸 이야기가 부족합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움직여서,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데이터나 정보가 아닌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를 카카오가 쓰면 좋겠습니다. 카카오 메타버스에 머무는 이들에게 각자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카카오가 선물해 주길 바랍니다.

[도움말씀=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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