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테라포밍] 메타버스의 미래 또는 그림자 #5: 기억거래소, 헤븐 서버는 등장할까?
[메타 테라포밍] 메타버스의 미래 또는 그림자 #5: 기억거래소, 헤븐 서버는 등장할까?
  • 최현규 기자
  • 승인 2021.06.10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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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기억거래소는 제가 2018년 7월에 발표한 장편소설입니다. 현존하는 뇌과학 기술, 그리고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온 특별한 기술들이 우리 삶, 세상에 비출 명암을 보여주는 SF소설입니다. 얼마전 모 지상파 방송국과 드라마화 계약을 맺은 작품입니다.

기억거래소는 뇌과학이 발달한 현재 또는 아주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합니다. 베일에 가려진 더컴퍼니라 불리는 조직은 뇌과학 기술로 사람의 기억을 조작해주는 여러 상품을 판매합니다. 더컴퍼니 설립자들 대부분은 이미 죽었는데, 그들은 현실 세계의 삶을 헤븐 서버라는 메타버스에서 이어갑니다. 헤븐 서버는 육체의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을 위한 피난처입니다. 손상되지 않은 뇌의 신경다발을 컴퓨터에 연결해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자신의 의식, 사고 활동을 유지하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입니다.

현실 세계의 육체는 죽었지만, 뇌는 가상공간인 헤븐 서버속에서 같은 처지의 다른 이들과 교류하며 삶을 유지합니다. 헤븐 서버에 사는 이들은 현실 세계보다 열 배 정도 빠르게 시간의 흐름을 느낍니다. 현실 세계에서의 일 년을 헤븐 서버 안에서는 십 년으로 느끼는 셈입니다.

헤븐 서버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입니다. 키보드, 마우스, 웨어러블 장치로 조작하지 않고, 모니터나 가상현실용 안경을 쓰고 보는 세계가 아니라, 뇌의 신경다발을 바로 연결해서 살아가는 메타버스입니다. 챕터 3에서 언급했던 뉴럴링크가 고도화된다면, 헤븐 서버 메타버스의 구현은 결코 허황된 상상이 아닙니다.

고도화된 기술이 영원한 삶과 끝없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언젠가는 그런 메타버스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상상합니다.

헤븐 서버 메타버스와 현실 세계의 관계가 궁금하신 독자께서는 소설 기억거래소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헤븐 서버의 모습을 조금은 보여드리고 싶어서, 더컴퍼니에서 일했던 조실장이 불치병으로 죽은 후 헤븐 서버에서 살아가면서,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후임자였던 완우에게 보내온 비밀 편지를 여기에 실었습니다.

# 헤븐 서버 메타버스의 조실장이 현실 세계 완우에게 보내온 편지

완우 씨에게 이 메시지가 무사히 도착하길 바랍니다. 이 메시지는 누구의 검열도 받지 않았습니다. 헤븐 서버에서 설립자들의 검열 없이 그 곳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건 금지되어 있지만, 나 나름대로 코버트 채널을 신중하게 준비했으니 잘 도착했으리라 믿어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만난 게 벌써 몇 주가 지나겠군요? 그곳에서는 몇 달 정도가 흐른 셈이지만요.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가요? 강가와 숲길을 메이와 함께 거닐며 평화롭게 지내고 있습니다. 메이가 잠든 후에는 툇마루 끝에 앉아서 거의 매일 보드카와 담배를 즐깁니다. 육체의 고통에서 벗어난 후, 부담감 없이 다시 찾은 습관이죠. 그리고 여전히 그곳에서도 컴퍼니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헤븐 서버 속 세상이 궁금하겠네요. 헤븐이란 단어가 이곳을 잘 설명하는 것인지 나는 줄곧 의아합니다. 이곳에서의 삶은 예전보다 좀 더 풍요롭고, 좀 덜 고통스럽기는 합니다만, 이런 게 천국의 삶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내가 꿈꾸던 이데아의 모습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지금 여기의 모습은 아닐 듯합니다. 여기가 천국이라면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돌아가는 물질적 삶을 누리는 그쪽 세상도 천국이어야 할 것 같네요.

이곳에 오기 전에는 나도 여기의 모습을 정확히 몰랐습니다. 막연하지만 대략 이런 모습을 희망하기는 했습니다. 물질적 제약에서 벗어나 이곳에 사는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을요. 더 많이 갖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다투는 모습은 없기를 기대했습니다. 단순하게 보면 이곳의 모든 물질적 요소는 서버 속에 존재하는 디지털 숫자일 뿐이니까요. 그러나 이곳도 그곳과 마찬가지로 물질의 제약이 있고, 소유를 위한 경쟁, 다툼 그리고 그에 따른 고통이 존재합니다.

결국, 이 모든 게 그들, 설립자들의 설계인 셈이죠. 설립자들은 컴퍼니를 만든 사람들입니다. 그들 대부분이 지금은 여기 헤븐 서버에 살고 있고 헤븐 서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설립자들은 물질적 제약 없이 이곳의 우리들을 제대로, 정확히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 듯합니다. 그들이 고안한 장치는 단순하지만 확실합니다.

그곳에서와 같은 물질의 제약을 이 안에 만들어놓고 우리를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테이크건 찬밥이건 이 속에서는 디지털 숫자로 거래될 뿐이지 만, 그 숫자는 헤븐 서버의 사람들을 나누고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매번 스테이크를 원하고 선택하고 있지만요. 더 정확히 말하면, 원함이나 선택이 강요되고 있는 상황이죠.

컴퍼니의 설립자들은 생각보다 꽤 깊게 그곳의 삶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곳의 컴퍼니를 지키려는 목적인지, 아니면 여기 헤븐 서버를 지키려는 목적인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둘 다가 맞겠네요.

L이 완우 씨를 지켜주겠지만, 완우 씨도 L을 지켜주기를 부탁합니다. 헤븐 서버 내에는 하데스 구역이란 게 존재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감옥, 그것도 최악의 감옥과 같은 곳입니다. 하데스 구역은 말 그대로 지옥입니다. 세상에서 사람들이 상상하던 지옥의 모습을 이곳의 하데스 구역 내에 그대로 옮겨두었다고 보면 됩니다. 설립자들은 자신들에게 반기를 들었던 이들을 죽이기 않고, 다시 말해 신경망을 끊어놓지 않고, 이 하데스 구역에 영원히 가둬놓는 가혹한 형벌을 내립니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있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L의 어머니, 원래 설립자들 중 한 명이었던 그분도 그곳에 있다는 것입니다. 컴퍼니 초기 멤버였던 L의 어머니는 헤븐 서버로 온 후 설립자들의 행태에 환멸을 느끼고, 헤븐 서버를 멈춰버리고자 했다고 합니다. 그에 따른 벌로 하데스 구역에 감금된 상태이고요.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적어도 몇 년은 되었을 테니, 그분 입장에서는 수십 년 이상을 지옥에서 버텨온 셈입니다. L은 이런 것들을 다 알고 있습니다. 내가 L의 생각을 다는 모르지만, L이 컴퍼니의 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곳에 와서 어머니를 풀어드리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나도 하데스로 갈지 모릅니다. 아직 헤븐 서버와 컴퍼니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하데스에 꽤 많은 이들이 갇혀 있는 것을 보면, 내 계획이 그리 쉽게 달성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이미 나는 지옥 속을 걷고 있으니까요.

완우 씨를 컴퍼니로 오게 해서 미안합니다. 누군가는 완우 씨의 일을 그곳에서 해야 했을 테니, 완우 씨가 아니어도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미안했을 겁니다. 다만 내 계획이 달성되어서, 완수 씨에 대한 미안함이 지속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완우 씨에게 연락을 또 하지는 못할 겁니다. 유리씨, 컴퍼니를 찾아오는 사람들, 그리고 완우 씨 자신을 잘 돌보길 바랍니다. 완우 씨와 함께 마시던 마운틴의 레모네이드가 가끔 그립네요. 잘 지내요.

[도움말씀=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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