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테라포밍] 메타버스 속 인공지능 오토와 인간의 투쟁
[메타 테라포밍] 메타버스 속 인공지능 오토와 인간의 투쟁
  • 최현규 기자
  • 승인 2021.06.10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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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뜨겁습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 봤듯이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형태로 존재합니다. 그렇기에 인공지능은 가상 세계에서 큰 힘을 발휘합니다. 가상 세계에서 인공지능은 크게 세 가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가상 세계에서 살아가는 NPC 역할을 해줍니다. 세계관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이 필요한데, 사람이 맡기에 그리 흥미롭지 않거나 중립적인 역할 등을 NPC가 맡고, 그런 NPC가 보다 사람처럼 행동하게 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쓰입니다.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기 위해 중요한 역할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인공지능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오면 인공지능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울리며 살아갈지에 관한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가상 세계 메타버스 속에서 사람들은 인공지능 NPC와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NPC가 보여주는 무감정한 반응과 기계적 대응에 실망하고, 때로는 사람보다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행동하는 인공지능을 만나서 놀라기도 합니다. 현실 세계에서 인공지능 로봇, 프로그램들과 어떻게 어울려서 살아갈 것인 것을 우리는 이미 가상 세계 안에서 연습해온 셈입니다.

둘째, 가상 세계 전체를 관리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쓰입니다. 가상 세계 안의 여러 현상을 분석하고, 문제를 찾아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사용합니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활동하는 메타버스

안에서는 하루에도 어마어마한 분량의 데이터가 쌓입니다. 인공지능으로 이런 빅테이터를 분석해서 메타버스 속 사람들의 향후 행동을 예측하고, 메타버스의 규칙을 조정하는 데 사용합니다.

셋째, 가상 세계에 사람처럼 보이는 인공지능 오토(auto)를 투입해서 이득을 얻는 경우입니다. 오토는 메타버스 안에서 NPC가 아닌 사람 캐릭터를 사람처럼 대신 조작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메타버스에서 사냥꾼의 직업을 가지고 생활하는데, 내가 그 캐릭터를 직접 움직이기 싫다면, 나를 대신해서 오토 프로그램이 내 캐릭터를 조정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본인이 좋아서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 생활하면서, 왜 조정을 본인이 안 하고 인공지능 오토에게 맡기지?’ 라는 의문의 드실 겁니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탐험하는 재미를 느끼려는 이들은 오토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단기간에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켜서 뽐내고 싶거나, 오토에게 아이템을 수집하게 시키고 그런 아이템을 다른 사용자에게 돈을 받고 팔려는 이들이 주로 오토를 씁니다.

오토 사용은 대부분 국가에서 불법으로 간주하여 금지하고 있습니다. 오토를 기업적으로 운영하는 이들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수십 대의 컴퓨터에 오토를 깔고, 그런 오토들을 소수의 사람이 관리하면서 메타버스에서 아이템을 수집하게 시킵니다. 이를 흔히 ‘작업장’이라 칭합니다. 수십 명의 오토가 몰려다니면서 지치지 않고 메타버스 안에서 일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가상 세계 자원을 독점하여,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그런 아이템을 가져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다보니 당초 메타버스 설계, 운영자들이 계획한 경제 시스템, 자원 희소성 설정 문제가 생겨서 메타버스 안에서 인플레이션을 초래합니다.

온라인 게임인 ‘거상’에서 발생했던 오토 문제를 살펴봅시다. 거상은 운영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장사를 해서 이윤을 남기거나, 전투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메타버스입니다.

거상에서는 정상 사용자들이 오토로 인해 입는 피해가 커지면서 사용자들이 거상 팬카페(거상 사용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폐쇄하고, 거상을 보이콧하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거상에서는 메타버스 안에 존재하는 마을에 길드라는 일종의 큰 거점을 만들 수 있는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캐릭터를 직접 조정해서 자원을 모으는 정상 사용자와 달리,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움직이는 오토들은 집단을 이뤄서 쉬지 않고 자원을 모아서 그런 거점들을 빼앗아갔습니다. 물론 메타버스 안에는 그런 비정상적인 행위를 신고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신고를 당한 오토 운영자가 자신을 신고한 정상 사용자를 메타버스 안에서 공격하여 보복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오토를 몰아내기가 점점 어 어려워졌습니다.

또한, 대부분 메타버스는 사용자들에게 최적의 경험을 주기 위해 한 공간에 일정 수 이상의 사람이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데, 오토들이 그런 공간을 계속 점유하고 있다 보니 정상 사용자들이 접속을 못하는 문제까지 생겼습니다. 메타버스 안에는 일정 시간 동안만 쓸 수 있는 아이템을 구매한 사용자들은 접속을 못해서 아이템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런 작업장과 인공지능 오토의 문제는 여러 메타버스 안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오토를 발견하면 공격에서 죽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집단으로 몰려다니던 다른 오토들이 자신들을 공격한 사용자를 역으로 집단 공격에서 죽이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메타버스인데, 그 세계를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 오토가 지배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그 뒤에는 언제나 오토를 움직이는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문제를 놓고 메타버스에서는 일반 사용자, 오토, 메타버스 운영자 간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상 세계 속 상황이지만, 인간이 조정하는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다른 인간이 삶에서 밀려나는 상황을 그저 현실과 무관한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의 삶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하며 인공지능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인공지능이 일부의 소유가 되어, 일부가 전체를 더 쉽게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처럼 인간과 대립하는 인공지능이 될지도 모릅니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서두르기에 앞서,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이 일으키는 문제를 심각하게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도움말씀=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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