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테라포밍]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역병을 이겨낸 WoW
[메타 테라포밍]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역병을 이겨낸 WoW
  • 최현규 기자
  • 승인 2021.06.10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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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인간의 뇌는 크게 세 가지 감정을 추구합니다. 세 가지 감정은 지배, 자극, 균형입니다. 지배는 경쟁에서 이기거나 누군가를 물리치는 행동, 남에게 무언가를 지시하는 행동에서 느끼는 만족감입니다. 자극은 새로운 음악, 영상을 즐기거나,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경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만남 등에서 얻는 탐색, 발견과 관련된 감정입니다.

균형은 안정감을 유지하고 싶은 감정입니다. 위험한 상황, 무서운 것, 불확실한 조건 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단순히 보면 우리가 메타버스에 올라타는 이유는 이런 세 가지 감정 중 일부 또는 전체를 현실 세계에서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교통수단은 그 종류에 따라서 뇌에 다른 감정을 제시합니다. 기능적으로는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나를 이동시켜 주는 수단이지만, 자전거를 탈 때, 경차를 탈 때, 지붕이 열리는 로드스터를 탈 때, 우리의 뇌는 다른 감정을 느낍니다. 경차를 탈 때는 경제적 효율이 적당히 잘 맞는다는 생각에 따라 균형의 감정을 느끼지만, 로드스터를 탈 때는 강한 자극감과 과시욕이 동반된 지배감을 느끼게 됩니다. 출퇴근 시간 동안 2시간을 운전하고 온 배우자가 늦은 밤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바로 균형감보다 자극, 지배감을 더 느끼고 싶어서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게임이 제공하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 안에서 무한정 자극과 지배감만 좇지는 않습니다. 현실 세계보다 더 감동적이고 숭고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있었던 드라마 같은 이야기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세계적 게임 회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게임이며, 주로 WoW라는 약자로 부릅니다. 블리자드는 우리나라에서 프로게이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인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만든 회사입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는 2004년에 오픈되어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입니다. 그 세계에서 13개의 종족, 11개의 직업이 존재합니다. 아제로스, 아웃랜드, 드레노어 등의 땅으로 구성되며, 전체 땅의 크기는 최소한 우리나라보다는 큰 것으로 추측됩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메타버스에 가장 많은 이들이 있던 시기에는 사용자 수가 1천만 명이 넘었습니다.

2005년 9월 13일,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세계에 큰 문제가 터졌습니다. 학카르라는 괴물이 등장했는데, 이 괴물은 일정 지역에 들어간 사용자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병에 걸리게 하는 캐릭터였습니다. 병에 걸리면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력이 떨어지고 끝내 사용자는 죽게 됩니다. 다행인 점은 일정 지역 내에서만 퍼지는 바이러스여서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자연스레 병이 나았습니다. 사냥꾼이 직업인 이들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세계에 있는 야생 동물을 길들여서 데리고 다닐 수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학카르가 있는 지역에 자신의 동물을 데려갔던 사용자가 그 지역을 벗어나도 동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자연치료가 되지 않았습니다.

즉, 바이러스를 보유한 채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사냥꾼이 대도시로 들어가면, 사냥꾼이 데리고 있던 동물의 바이러스가 대도시에 살고 있는 다른 사용자 또는 NPC(Non-Player Character, 게임 속 세계관과 스토리에 필요한 등장인물이며 사람이 조정하지 않고 컴퓨터의 알고리즘이나 인공지능에 의해 움직이는 캐릭터)를 감염시켰습니다. 문제는 감염된 NPC였습니다. NPC들 중 상당수는 죽지 않고 생명력이 계속 회복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죽지 않고 사람들과 계속 접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었습니다. 전염병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메타버스는 큰 혼란에 빠졌지만, 가상 세계 메타버스 속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을 맡아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치료사 직업을 가진 이들은 감염된 다른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주기 시작했으며, 일부 사용자들은 자체적으로 민병대를 구성해 감염자가 많은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유도했습니다. 또한, 감염자가 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그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막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치료사, 민병대 역할을 하는 사람들까지 감염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나쁜 행동을 하는 이들도 등장했습니다. 사람들을 일부러 감염지역으로 유도하거나,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알면서 일부러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기도 했으며, 아무런 효과가 없는 물약을 전염병 치료제라고 속여서 팔아치우는 이들까지 나타났습니다. 결국 메타버스를 운영하는 기업인 블리자드가 나서서 직접 문제를 고치면서 사건은 일단락되었으며,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학카르라는 괴물의 특성을 변경했습니다.

이 사건은 이스라엘의 전염병 연구자 발리커에 의해 가상 세계 속에서의 전염병 발생과 확산이라는 주제로 Epidemiology라는 의학 저널에 실리고, BBC 뉴스를 포함한 여러 매체에 소개되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는 전염병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블리자드 측에 이 사건에 관한 기록들을 넘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메타버스에서 발생했던 학카르 바이러스 사건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2020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속에서 우리사회가 보여준 모습과 참 많이 닮아있습니다. 누군가는 전염병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며 헌신하고, 누군가는 이 혼란을 틈타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고 합니다. 전염병을 예방하고 이겨내기 위해 사회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해야 할지, 구성원 각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메타버스에 남겨진 역사의 기록을 다시 들춰봐야겠습니다.

[도움말씀=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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