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테라포밍] 초인을 키우는 놀이터
[메타 테라포밍] 초인을 키우는 놀이터
  • 최현규 기자
  • 승인 2021.06.10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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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존 로크는 인간을 타불라 라사(tabula rasa)와 같다고 했습니다. 타불라 라사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깨끗한 석판을 의미합니다. 백지상태로 태어난 인간은 살면서 그 위에 무언가를 채워가며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간다는 뜻입니다.

반면에 플라톤은 인간이 지식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다고 주장했습니다. 플라톤은 ‘파이드로스(Phaidros)’에서 전생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이번 생일 결정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전생에 진리를 많이 탐구한 영혼은 이번 생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미술가나 음악가로 살아간다고 얘기했습니다. 전생을 좀 부족하게 살아낸 자는 이번 생에 왕족, 정치가, 철학자 등이 된다고 했습니다. 새로움을 창작해내는 미술가, 음악가의 삶을 가장 높은 인간의 단계라 여긴 점이 흥미롭습니다.

프리드리히 니체가 얘기한 철학적 이상의 인간상인 초인에 대해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니체가 얘기한 초인은 초능력자(superman)는 아닙니다. 의미적으로 보면 자신을 넘어선 사람, Overman에 가깝습니다. 기존 환경을 지배하는 시스템, 사회의 일반적 도덕 등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을 표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가는 인간을 뜻합니다. 위험을 극복하고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초인이 되기 위해 니체는 세 단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순서대로, 낙타, 사자, 어린아이 입니다. 낙타는 무거운 짐을 등에 얹고 살아갑니다.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 기대에 순응하는 모습입니다. 무거운 짐을 진 채 복종하며 사는 삶입니다. 사자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자신을 가로막는 것과 싸웁니다. 자신을 가로막는 것을 이겨내고 자기 스스로 움직입니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기존의 것에서 벗어날 용기를 가진 자가 사자입니다. 어린아이는 순수를 상징합니다. 낙타와 사자 단계에서의 경험을 편견 없이 받아들입니다.

또한, 좋지 않은 기억은 쉽게 잊습니다. 어린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규칙을 만들며 놀이를 즐깁니다. 자신이 겪어낸 삶의 과정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삶을 놀이처럼 즐겁게 만들어갑니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언제 미술가나 음악가처럼 새로움을 마음껏 만들어낼까요? 현실 세계에서 우리는 낙타, 사자, 어린아이 중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까요?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은 늘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새로운 미션, 새로운 아이템, 새로운 전략을 짭니다. 도전했다 실패해도 그리 낙담하지 않습니다. 새로움을 만드는 과정을 그저 즐깁니다. 실패에 대한 비난의 무게로부터 벗어난 가상 세계에서 마음껏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가상 세계에서 우리는 사자가 됩니다. 그 사회를 지배하는 오래된 규칙이 있어도, 아무리 지배자의 힘이 강해도, 자신을 가로막는 것과 사자처럼 싸워서 이겨냅니다.

그리고 아이처럼 순수하게 서로 어울려 놉니다. 패배하거나, 게임이 잘 안 풀려도, 금세 털어내고 다시 놀이를 이어갑니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플라톤이 얘기한 최고의 인간, 니체가 얘기한 초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상 세계에서 아무리 그렇게 살아도 현실 세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평가 절하하는 분들이 있으나, 가상 세계에서 내가 선택하고 행동한 모든 것들도 내 경험, 내 삶의 일부입니다.

내가 직접 몸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만지면서 경험한 게 아니어도, 우리는 책을 통한 간접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가상 세계 메타버스의 경험은 우리 현실 세계의 삶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메리카스 아미(America Army)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게임 중 위생병 역할을 맡아 훈련하는 미션이 있습니다. 이 게임을 즐기던 팩스톤이라는 유저는 고속도로에서 앞서가던 SUV차량이 전복되는 큰 사고를 목격했습니다. 사고를 보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모두가 우왕좌왕하며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팩스톤 게임에서 자신이 위생병 역할을 맡아서 사람들을 구했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팩스톤은 전복된 차량에서 탑승자를 구출하고는 팔을 머리 위로 올려서 출혈을 멈추게 하는 등 응급처리를 실시하며 구급차가 올 때까지 부상자를 안전하게 돌봤습니다.

2017년, 아일랜드의 한 도로의 달리던 차 안에서 운전자가 정신을 잃었습니다. 운전자는 79세 남성이었는데, 정신을 잃으면서 몸이 앞으로 쏠렸고 한쪽 발로 가속페달을 계속 밟는 상태였습니다. 그 순간 남성 곁에는 차를 함께 타고 가던 11세 손자가 있었습니다. 소년은 한 손으로 할아버지를 흔들어 깨우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들을 조작해서 차가 위험한 장애물과 부딪히지 않게 하며 속도를 서서히 늦춰서 세웠습니다. 사고 순간 소년은 자동차 운전게임을 플레이했던 경험을 떠올리면서 침학하게 대응했다고 합니다.

2001년 리니지 게임을 즐기는 한 유저의 가족이 분만 도중 혈액이 부족해 생명이 위험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산모의 혈액형이 RH-O형이어서, 혈액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 유저는 평소 자신과 어울리던 리니지의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유저는 리니지에 접속해서 산모가 위독하여 수혈이 필요하다고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현실 세계에서 얼굴 한 번 마주친 적 없던 이들이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리니지 측은 이 소식을 공지사항으로 올려줬고, 공지한지 5분 만에 산모를 구해 줄 헌혈자가 나타났습니다. 리니지 측은 헌혈자에게 특별한 무기를 만들어서 선물했습니다. 그 선물이 리니지에서 특별한 아이템 중 하나인 ‘생명의 검’입니다.

이외에도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매우 많습니다. 물론, 가상 세계의 경험이 현실 세계에서 늘 긍정적인 모습으로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어제의 경험이 오늘의 내게 때로는 빛으로, 때로는 그림자로 다가오는 게 우리의 삶이니까요. 현실 세계의 우리에게 빛에 되어줄 멋진 경험을 주는 가상 세계 메타버스를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도움말씀=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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