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테라포밍] 젊은 야만인의 놀이터
[메타 테라포밍] 젊은 야만인의 놀이터
  • 최현규 기자
  • 승인 2021.06.10 20: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가상 세계에서 사람들이 폭력적으로 돌변한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특히 가상 세계 속 게임을 즐기는 자녀들이 게임에서 난폭한 행동, 무모한 행동을 한다고 걱정하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누구나 그 나이 때에는 난폭하고 무모한 행동을 합니다.

인간의 뇌중 전전두피질(frontocortical)은 20~22세 무렵에 성숙해집니다. 전전두피질은 뇌의 부위 중 이마 쪽에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충동을 조절하고, 시간을 계획하여 관리하며, 비판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행 계획을 만드는 역할도 합니다.

말이나 행동을 하기 전에 미리 생각하고 거르는 것도 이 부위의 역할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전전두피질이 성숙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실 세계, 가상 세계 양쪽에서 무계획적이고 폭력적으로 보이는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의 정서와 관련된 여러 호르몬 중에서 도파민, 테스토스테론, 코르티솔을 살펴보겠습니다. 도파민은 자극과 관련된 호르몬인데, 태어나면서 20세 전후가 될 때까지 그 수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합니다. 그 시기까지 점점 더 많은 자극을 원한다는 의미입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지배욕과 관련된 호르몬이며, 계속 상승하다가 20~30세 무렵에 최고치가 됩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라가는 그 시기까지는 누군가를 힘으로 누르고, 이기고 싶은 마음도 덩달아서 계속 커집니다. 도파민과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정점을 쩍은 후에 나이가 들면서 꾸준히 감소합니다.

코르티솔은 균형과 관련된 호르몬인데, 앞서 얘기한 도파민, 테스토스테론과 반대 모습으로 수치가 변합니다. 코르티솔은 주로 불균형한 상황,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분비되어, 우리가 스스로를 빨리 안정시키고 균형을 유지하게 유도합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20대가 넘는 지점까지 코르티솔 수치가 계속 내려갑니다. 균형을 잡고, 안정을 유지해야겠다는 마음이 그 시기까지는 별로 안 생긴다는 뜻입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의 호르몬 상태를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높아지는 도파민 수치는 지속적인 자극을 추구하게 만들며, 치솟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주체하지 못하여 누군가와 부딪히면 어떻게든 싸워서 이기려고 합니다. 반면에 코르티솔 수치는 낮아서, 이런 자극과 싸움이 만드는 불균형한 불안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중고등학생 시절, 인간의 뇌와 호르몬은 덜 성숙하고 불안전한 모습입니다. 한스 게오르그 호이젤의 저서인 ‘Brain View’의 한글 번역서인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에서는 이런 우리 아이들의 머리와 마음을 ‘젊은 야만인!’ 상태라고 했습니다. 좀 거칠어 보이지만, 꽤 그럴듯한 비유입니다. 젊은 야만인이다 보니 가상 세계뿐만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도 좌충우돌합니다. 뇌와 호르몬이 원래 그런 것이어서,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가상 세계가 아이들의 난폭함과 무모함을 만들어내는 원흉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현실 세계에서건, 가상 세계에서건 그 시기의 아이들은 언제 위험한 곳으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과 같습니다. 양쪽 세계에서 우리는 아이들이 균형을 잃고 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잘 관찰하고 지켜줘야 합니다.

매우 드물지만, 야생에 방치되거나 사람과 단절된 상태로 갇혀 지낸 아이가 구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구조된 아이들을 보면, 그 아이가 정글북의 모글리처럼 야생에서 동물들과 잘 소통할지는 모르겠으나, 문명사회에서 사람의 언어를 배우는 데는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인간의 뇌는 생후 3년 동안 1킬로그램이 증가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합니다. 이 시기에 야생에서 지낸 아이의 뇌는 언어 기능, 사람 간 소통기능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채 성장을 마쳐가기 때문입니다.

간혹 매우 어린 아이에게 스마트폰, 컴퓨터를 쥐여주고 유튜브나 온라인 게임을 하도록 허용해주는 부모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현실 세계의 사람 간 소통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메타버스로 먼저 가서는 안 됩니다. 자칫 야생에서 구조된 아이처럼 메타버스에서만 살아가는 아이, 오히려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며 깊은 고독과 좌절을 느끼는 아이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메타버스가 출현하고, 메타버스 속 사회적, 경제적 상호작용이 꾸준히 증가하리라 예상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현실 세계에 먼저 발을 디딜 수 있어야 함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앞서 우리 아이들을 뇌와 호르몬의 특성상 젊은 야만인이라 했습니다. 부모님과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현실 세계 속 소통을 익히지 못한 채 가상 세계에만 관심을 보이는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와 아이의 관계가 어떤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인간의 관계를 둘로 나눠보면, 교환(exchange)관계와 공유(communal) 관계가 있습니다. 교환 관계는 단순히 얼굴을 알고 지내는 사람, 사업을 같이하는 사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팀 과제를 같이 하는 사람,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해 역할을 나눠서 맡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거래 관계입니다. 공유 관계는 애정과 우정으로 연결된 관계를 뜻합니다. 성취에 욕구나 이득을 따지는 관계가 아니라 상대의 행복과 안녕에 관심이 있는 사람 간의 관계입니다.

나와 아이들의 관계가 교환 관계, 공유 관계 중 무엇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 또는 교사와 학생 사이이니 당연히 공유 관계라고 생각하시나요? 그 관계에 사랑, 애착, 깊은 유대감이 있다면 둘 사이의 사회적 역할이 무엇이건, 공유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 애착, 유대감을 만드는게 답입니다.

인간이 서로에게 느끼는 이런 감정을 좌우하는 중요한 호르몬 중 하나가 옥시토신입니다. 옥시토신은 우리가 더 가깝다고 느끼게 해주며, 서로의 행동과 생각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문제를 해결하게 도와줍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옥시토신을 많이 만들 수 있을까요? 상대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물리적, 정서적으로 자주 표현하면 됩니다.

가족이라면 하루에 두세 번 서로 안아주고, 네가 있어 행복하다고 얘기해주면 됩니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마음을 담아 사과하고, 고마운 것이 있으면 말과 행동으로 표현해줘야 합니다. 마음을 담아 표현해도 상대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표현하지 않으면서 상대가 알아주리라 기대하면 안 됩니다. ‘나쁜 남자’는 그냥 나쁜 남자일 뿐입니다.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시기 바랍니다. 아이와 어떻게 약속을 정하고, 약속을 안 지키면 어떤 벌칙을 줄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공유 관계의 형성에 더 집중하시면 좋겠습니다. 강한 유대감이 있다면, 젊은 야만인을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움말씀=포스코경영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