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테라포밍] 에이즈 백신을 탄생시킨 디지털 실험실
[메타 테라포밍] 에이즈 백신을 탄생시킨 디지털 실험실
  • 최현규 기자
  • 승인 2021.06.10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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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메타 테라포밍 @MetaverseNews DB

의학 연구를 위해서는 실험실이 필요합니다. 특히 어려운 연구를 빠른 시간 안에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쉬는 시간 없이 돌아가는 큰 연구실이 필요합니다. 그런 연구실을 거울 세계에 만든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워싱턴대에서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는 데이빗 베이커 교수는 2008년 폴드잇(Foldit)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바이러스 돌기는 인간의 세포 표면에 붙으면서 질병을 유발하는데, 치료제에 포함된 특수한 단백질 구조물은 바이러스 돌기와 세포 사이에 끼어들어서 감염을 막아냅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들이 사슬 형태로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를 가지는데, 그런 구조에 따라 기능이 달라집니다.

워싱턴대 연구팀은 폴드잇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들에게 온라인상에서 단백질 아미노산 사슬을 이리저리 접어보는 실험실을 제공했습니다. 실험실에 접속해서 제시된 바이러스의 돌기 구조에 잘 맞는 단백질을 접어내는 데 성공하면 점수를 받고 순위가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무작위로 순차적으로 모든 경우를 다 대입해보는 컴퓨터에 비해, 사람들은 전문적 지식이 없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다르게 단백질을 접어보고, 이 과정에서 의외로 최적화된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컴퓨터는 처리 속도는 빠르지만, 3차원으로 얽힌 단백질의 복잡한 아미노산 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사람의 직관과 창의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폴드잇이 큰 주목을 받은 시기는 2011년입니다. 10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풀지 못했던 에이즈 치료제에 필요한 단백질 구조를 6만 명의 온라인 참가자가 다 10일 만에 풀어냈습니다.

그 결과는 2011년 9월 18일, 과학 저널 네이처의 생물학 분야 자매지에 ‘단백질 접기 게이머들이 풀어낸 단량제 레트로바이러스 프로테아제의 결정 구조(Crystal structure of a monomeric retroviral protease solved by protein folding game players)’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습니다.

2020년 봄, 워싱턴대 연구팀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관한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폴드잇에 코로나19 단백질 구조에 관한 새로운 미션을 올렸습니다. 2020년 9월 현재, 대략 20만 명의 사람이 거대한 온라인 실험실 메타버스에 접속해서 공동 실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른 제약 회사나 연구소에서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한다고 해서 20만 명이 기울인 노력이 무의미해지지는 않습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돌연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미리 확보된 대량의 단백질 설계 정보가 그런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폴드잇 외에도 온라인 공간의 거울 세계에는 여러 실험실이 있습니다. 프린스턴대의 승현준 교수는 생쥐 망막 신경세포의 연결 구조를 찾는 ‘아이와이어(EyeWir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8년에는 일반인들이 실험실에서 함께 만들어낸 결과를 바탕으로 눈과 뇌 사이의 새로운 시각통로를 47개나 찾았습니다. 맥길대는 유전자 해독 오류를 찾아 내는 파일로(phylo)를 운영하는데, 2년 동안 2만여 명이 참가하여 35만 건의 유전자 해독 오류를 찾아내는 성과를 냈습니다.

끝없이 등장하며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연구자들은 온라인 거울 세계에 거대한 실험실을 만들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의 수많은 지원자들이 그 거울 세계에서 질병의 비밀을 풀어 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습니다. 거울 세계의 특징인 효율성과 확장성을 정말 제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도움말씀=포스코경영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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