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혁명] 메타버스의 미래 또는 그림자 #3: 브레인 투어
[메타버스 혁명] 메타버스의 미래 또는 그림자 #3: 브레인 투어
  • 이가영 기자
  • 승인 2021.06.10 18: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타버스 혁명 @MetaverseNews DB
메타버스 혁명 @MetaverseNews DB

‘브레인 투어’라는 메타버스를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이 메타버스는 실제 구현되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집필한 초단편소설에 등장하는 메타버스 중 하나입니다.

2020년 8월, 뉴럴링크(Neuralink,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2016년에 설립한 기업)는 뇌에 전극 칩을 심은 돼지를 일반에 공개했습니다. 뇌에 컴퓨터 칩을 심은 채 2개월째 살고 있는 ‘거투르드’라는 이름의 돼지를 유튜브로 보여줬습니다.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는 인간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인간의 생각을 컴퓨터가 직접 읽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거투르드에게 이식한 칩 ‘링크 0.9’는 가로 23mm, 세로 8mm 크기의 동전 모양입니다. 링크 0.9는 무선충전 방식으로 전원을 공급받고, 초당 10메가비트 속도로 뇌파를 무선으로 전송합니다. 거투르드가 코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자 활성화되는 뇌의 신호가 컴퓨터에 나타났습니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도 칩을 심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 브레인 투어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라이프로깅으로 우리가 무엇까지 기록하고 공유할지 사회적인 합의가 먼저 필요한 시점입니다.

#브레인 투어 by 김상균, 2020년 6월 19일 발표

“시우야, 이번 기회에 한몫 챙기고, 다 접자.”

“싫다니까! 내 머릿속을 남들이 헤집고 돌아다니게 내가 놔줄 거 같아?”

“내가 이런 말까지 안 하려고 했는데, 너 광고도 이제 다 끊겨가고, 팬클럽 멤버수도 뚝뚝 떨어지고 있어. 솔직히 이번에 낸 싱글도 반응 엉망인 건 너도 알잖아?”

퇴물이 되어가는 아이돌 시우와 소속다 대표 사이의 대화를 듣고 있던 주식회사 브레인 투어의 정 실장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대략적인 수익을 얘기해주셨겠지만, 제가 한 번 더 정리해드리면 대략 이렇습니다. 1시간을 여행할 수 있는 골드티켓은 한 장에 29만원, 시간당 50명분의 티켓을 판매하는데, 하루에 8시간을 자니까 하루에 총 400명에게 판매합니다. 30분을 여행하는 실버티켓은 한 장에 19만원, 시간당 100명, 하루에 9시간을 자니깐 하루에 총 800명에게 판매하고요. 이렇게 한 달 동안 여행을 돌리면 총 매출이 대략 80억 원 정도 됩니다.”

“그래 시우야. 80억은 브레인 투어와 반씩 나누고, 거기서 회사 몫으로 10억 떼고 나면, 네가 한방에 30억을 당기는 거야. 이런 장사가 어디 있느냐? 너는 그저 한 달 동안 하루에 8시간씩 편하게 잠만 자면 되는건데.”

잠든 사이, 누군가의 머릿속에 접속해서 그의 과거 기억을 낱낱이 둘러보며 탐험하는 브레인 투어가 시작된 지 일 년여가 되었다. 탐험 대상자의 건강을 고려해서 동시접속을 100명까지로 제한하고 있으며, 하루에 8시간 동안 운영이 가능하다. 통상 1시간 탐험이 가능한 골드티켓, 30분 탐험이 가능한 실버티켓으로 나눠서 판매되고 있다.

“그게 문제라고! 그 말대로면 하루에 1.200명, 한 달이면 3달 6천 명이 내 머릿속을 다 뒤지고 다니면서 내 기억을 죄다 들여다보는 거잖아.”

“시우야, 그래그래 네 말이 다 맞아. 근데 뭐 그게 대수냐? 네 개인정보나 일상생활은 이미 관찰카메라다 뭐라 해서 팬들에게 다 공개됐잖아. 거기에 네 기억을 좀 얹어서 보여주는 게 뭐 어때서 그래?”

“말이면 다야. 형이면 자기 머릿속을 생판 모르는 남들에게 다 까발릴 수 있겠어?”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나라고 꼭 이게 좋아서 그러겠냐. 아, 그리고 그 뭐야 메모리 커튼이라고 했나요? 일부 기억을 못 보게 막을 수 있다고 하셨죠? 그것 좀 설명해주세요.”

“네, 시우 씨께서 분명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있으실겁니다. 그런 부분을 메모리 커튼으로 가릴 수 있습니다. 대략 이렇게 생각하시면 됩니다. 브레인 투어 준비 단계에서 저희가 시우 씨의 뇌를 스캔할 텐데 그때 시우 씨가 감추고 싶은 기억에 관한 단어를 집중해서 떠올리시면 됩니다. 단순하게 보자면, 그때 활성화되는 부분을 체크했다가 저희 쪽에서 여행객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식입니다.”

“그래 시우야. 너 지난번에 마약 스캔들 터졌었으니, 마약 관련된 기억을 팬들이 들춰보지 못하게 막으면 되지 않겠어?”

“뭔 소리야! 나 마약 한 적 없다는데, 형도 나를 못 믿고 있었어?”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얼마 전에 저희 브레인 투어에서 히트했던 여배우 J씨의 경우는 부모님에 관한 기억을 메모리 커튼으로 막으셨었어요. 시우씨도 그런 식으로 막아두시면 됩니다. 무어서을 막으시는지는 저희도 알 수 없으니 안심하시고요.”

“그래 시우야. 그렇게 하자. 네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잖아. 이번 기회에 네 빚도 다 해결하고, 너도 그냥 나랑 헤어져서 너 하고 싶은 음악 편하게 하고 그렇게 지내면 좋잖아.”

“······.”

### 한 달 뒤 ###

“대표님, 티켓은 예상대로 다 판매되었습니다.”

“아이고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VIP티켓은 어떻게······.”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말씀드렸던 대로 한 장당 2억, 총 10명에게 판매되었고요. 저희 측과 대표님이 반반 나눠서 10억씩 가져가면 됩니다.”

“와, 그게 팔리네요, 아니 어떤 사람이 시우의 기억을 한 시간 동안 들여다보는 데 2억이나 낸 거죠?”

“뭐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메모리 커튼을 가려진 기억까지 은밀하게 다 들춰본다는 게 큰 매력이죠. 그래서 저희와 대표님이 이면으로 비밀 계약을 한 거고요. 물론 VIP 티켓은 100% 현찰로만 판매하고, 구매한 고객분들도 저희 브레인 투어와 거래한 사실은 비밀로 하실겁니다. 안 그러면 저희도 그렇지만 그 고객분들도 골치가 아프게 되니까요.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이면 계약 내용은 시우 씨에게 절대로 말하시면 안됩니다.”

“아, 그야 당연하죠. 그런데 지난번에 얘기했던 그 여배우 J는 VIP티켓이 더 비싸게 팔렸다면서요?”

“네, 그때는 좀 경쟁이 붙어서 한 장당 3억씩 나갔습니다.”

“대체 J가 감췄던 게 뭐길래······. 하긴 나는 우리 시우가 뭘 감췄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부분은 다음 주에 브레인 투어가 시작되면 알 수 있겠죠. 늘 그래왔지만, VIP투어에는 제가 동행하거든요.”

정실장의 눈가에 무겁고 서늘한 미소가 어둡게 감돌았다.

### 한달 뒤 ###

“이대표님, 입금된 건 확인하셨죠? 이제 다 정리되었네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정 실장님 덕분에 그래도 사우나 저나 한몫 잡았네요.”

짙게 깔린 구름에 가려 달빛 한 점 없는 어두운 밤이었다. 45층 스카이라운지, 아이돌 시우의 소속사 이 대표와 브레인 투어 정 실장은 둘만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 그런데 실장님, 지난번에 얘기하신 VIP투어는 어떻게……”

“아무래도 그게 궁금하셨나 보네요. 말씀드릴까요?”

“……”

정실장은 팔짱을 낀 채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고개를 조금 돌려 초점 없는 눈빛으로 창밖을 내려다보며 VIP 투어, 시우의 메모리 커튼에 가려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8년 전, 시우의 데뷔 무대는 엉망으로 끝났다. 생방송의 압박 때문이었는지 어렵게 얻은 무대에서 시우는 노래 가사와 안무를 끝까지 연결하지도 못했다. 방송이 끝난 늦은 저녁, 강남 모 술집의 밀실에 시우, 소속사 이 대표, 그리고 시우의 데뷔 무대를 허락했던 방송사의 안미정 국장이 앉아있었다. 시우는 몇 잔의 양주를 받아먹고는 정신을 잃은 듯 테이블에 엎드려있었다. 안국장의 화는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눈치를 살피던 이 대표는 곁눈질로 잠든 시우를 보더니, 안국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안 국장은 꼬았던 다리를 풀고는 몸을 숙여 이 대표의 뺨을 여러 차례 세차레 때렸다. 이 대표의 양쪽 볼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안 국장은 비아냥대는 표정으로 이 대표의 얼굴에 얼음물을 끼얹었다. 이 대표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안 국장의 발밑에 머리를 조아렸다. 잠시 후 안 국장은 이 대표가 내민 봉투를 받아서 핸드폰에 넣고는 룸을 나갔다. 이 대표는 잠든 시우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고는 시우 곁에 앉았다. 안주로 내어진 견과류와 과일을 삼키듯 입에 쑤셔 넣었다. 정신없었던 데뷔 무대 날, 이대표는 밤 10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

“아, 시우가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그때 분명 시우는 안국장, 그 마녀가 주는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몇 잔 먹고 뻗어있었는데요.”

“시우 씨가 메모리 커튼으로 가렸던 기억 속 이야기입니다. 시우 씨는 잠든 척하고 있었을 겁니다. 다 알았던 거죠. 그러니 VIP와 제가 그 상황을 볼 수 있었던 거고요.”

“그, 그렇군요. 시우 녀석,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그걸 그렇게 가려두려고, 이 바닥에서 뭐 그런일이야……”

“음, 이대표님, 이야기가 거기서 끝난 건 아닙니다.”

“네? 그다음에는 제가 시우를 집에 데려다준 게 다인데요.”

정 실장은 탁자 위에 놓인 잔에 맺힌 이슬을 잠시 바라봤다. 맺힌 이슬을 한 손으로 움겨쥐듯 닦아내고는 한 모금에 잔을 비었다.

“시우 씨가 취한 척을 했었잖아요. 이 대표님이 시우 씨를 숙소에 내려주고 떠난 뒤, 시우 씨는 전화르 한 통 하고는 다시 숙소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어디론가 갔습니다. 아마도 그걸……”

“네? 시우가 그 밤에 혼자 어디를 갔는데요?”

“안미정 국장에게 갔습니다. 안 국장이 혼자 있는 오피스텔로요.”

“아니, 시우가 왜, 그 시간에 안 국장에게 왜……”

아무런 대꾸 없이 정 실장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이 대표의 오른쪽 어깨를 가볍게 한번 두드리고는 멀어져갔다. 정 실장이 떠난 것도 모른 채 멍해져 있던 이 대표는 시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걸어도 시우는 받지 않았다. 이 대표는 소파에 몸을 숨긴 채 멍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려다봤다. 굽어진 한강을 따라 수많은 불빛이 영롱하고 평화롭게 무언가를 찾아 떠가고 있었다.

[도움말씀=삼성경제연구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