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혁명] 나는 널 언제라도 자를 수 있어!
[메타버스 혁명] 나는 널 언제라도 자를 수 있어!
  • 이가영 기자
  • 승인 2021.06.10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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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혁명 @MetaverseNews DB
메타버스 혁명 @MetaverseNews DB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사용하다 보면 마음에 안 드는 친구들이 보일 겁니다.

특정 정치 성향이나 종교색을 강요하는 글, 누군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 허풍이 가득한 자기과시 글 등이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글을 보면, ‘이번에 이 친구를 끊어버릴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한 번에 끊어버리지는 않아도, 어느 순간 그 불편한 감정이 끓어 넘치면 ‘친구 끊기’ 버튼을 누르고 계십니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친구나 동료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말을 할 때는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불편한 말을 하니까 인간관계를 확 끊어 버릴까?’라는 생각보다는 ‘불편해도 내가 참아야지 별수 있나?’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 메타버스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와 소통에서 현실 세계와는 다른 통제감(controllability)을 느낍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보기 싫은 글, 보기 싫은 사람이 생겨도 ‘내가 결정하면 언제라도 끊어버릴 수 있어.’라는 강한 통제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통제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소셜미디어와 현실 세계에서 보기 싫은 글, 보기 싫은 사람을 똑같이 마주한다면, 현실 세계의 나는 마음이 몹시 불편하지만 소셜미디어 메타버스에서의 나는 내가 갖고 있는 통제감, ‘언제라도 내가 버튼만 누르면 그를 자를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습니다. 이를 통제감 효과라 부릅니다.

불편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무조건 참기만 해야 하는 경우와 지금은 좀 참아주지만 내가 원하면 언제라도 중지할 수 있는 경우의 차이입니다. 통제감 효과를 바탕으로 메타버스에서 마음의 평온을 느끼는 이들을 보면, 이 시대의 우리가 현실 세계 인간관계를 너무 무겁게 짊어지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메타버스를 관찰하다 보면 통제감 효과가 독특하게 나타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한 명이 여러 계정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계정마다 용도가 서로 다릅니다.

예를 들어 대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공부하는 내용을 올리는 계정, 일상생활을 공유하는 계정, 연인과의 연애 기록을 남기는 계정을 별도로 운영합니다. 연애 기록을 남기는 계정을 연인끼리만 공유하거나, 세 계정 모두를 전체 공개로 쓰기도 합니다. 전체 공개로 연애 기록을 남길 거면서 굳이 왜 계정을 분리해서 사용할까요? 다른 이유도 있겠으나, 연인과 이별했을 경우 그 사람과의 모든 기록을 일괄적으로 삭제하거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서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게 하기가 쉬워서입니다.

자신의 삶을 편하게 기록하고, 큰 거리낌 없이 많은 이들과 공유하지만, 여차하면 기록을 삭제하고 공유를 막는 게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의 문화입니다.

이렇게 내 마음대로 기록과 공유를 통제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안심도 되겠지만, 가끔은 우리가 관계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지 돌이켜보면 좋겠습니다.

[도움말씀=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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